취업난에 젊은층 인식 변화 겹쳐 국정원에 대학생 몰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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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은 어느 정도 됩니까. 수당이 제일 많은 파트는 어디죠?"

"해외 근무 기회가 많다고 들었는데 어느 분야가 유리한가요."

국가정보원이 지난달 21일부터 서울대.연세대.고려대.이화여대 등 서울 지역 14개 대학에서 잇따라 개최한 취업설명회에는 학생들의 이런 질문이 쏟아졌다. 근무 여건이나 복지와 관계되는 구체적인 내용에 관심이 쏠렸다. 질문과 답변이 한 시간을 넘기기 일쑤였다고 한다.

과거 기피 대상이던 국가 정보기관의 취업 설명회에 대학생이 몰리고 있다. 11일 오후 동국대에서는 700명 수용 규모의 본관 중강당이 가득 찼다. 학생들은 취업 정보를 메모하고 국정원 측 자료를 꼼꼼히 살폈다. 특히 올해 시험과목으로 처음 등장한 국가정보학 출제 정보를 챙기느라 신경을 곤두세웠다. 오전 단국대 행사도 서관 대형 강의실을 200명 넘은 학생이 메웠다.

본래 동국대와 단국대 등은 설명회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하지만 학생들이 학교 측에 요구해 추가됐다. 이러다 보니 다른 학교에서 온 학생도 있고, 지방에서 상경한 경우도 눈에 띄었다. 동국대 한문우 취업지원팀장은 "국정원 입사를 목표로 한 고시반이 생겨날 정도"라며 "2, 3학년 때부터 방향을 그쪽으로 잡는 학생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국정원 취업이 인기를 끄는 것은 안정적인 직업인 데다 비교적 높은 연봉, 2년간의 해외연수와 복지 혜택 등 때문으로 학교 측은 보고 있다.

여학생들은 남녀 차별이 없는 것을 장점으로 꼽고 있다. 한 여학생은 "저는 아이를 네 명 정도 낳으려 하는데 계속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국정원 관계자가 "청사 내 육아시설은 삼성어린이집에서 위탁 관리하고 있어 최고 수준"이라고 말하자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최근에는 여성들이 분석 등의 업무에서 벗어나 수사 분야로도 진출하는 추세가 뚜렷해졌다.

국정원 취업설명회는 예전에도 몇 차례 시도됐다. 하지만 총학생회나 운동권 학생들이 몰려들어 '국정원 해체'등 구호를 외치고 시위하는 바람에 엉망이 되곤 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대학에 설명회 안내 플래카드까지 나붙고 학생 수백 명이 몰리는 걸 보면서 정보기관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 변화를 실감한다"고 말했다. 설명회 이후 서울 삼성동 상록회관의 국정원 인력관리실을 찾는 대학생과 취업 준비생이 2~3배 늘었다고 한다.

대졸 또는 예정자를 대상으로 ○○○명을 뽑는 7급 공채는 다음달 채용 공고를 낸다. 지난해 300대 1이던 경쟁률은 올해 더 높아질 것으로 국정원 측은 예상하고 있다. 국정원은 11일 단국대와 동국대를 끝으로 서울 지역 취업설명회를 마치고 5월에는 지방 국.공립대를 찾아간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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