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문제 해결의 새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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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남북대화재개 분위기가 익어가는 가운데 휴전 35돌을 맞았다. 국제화된 3년간의 전쟁으로 막대한 인적 손실과 물적 파괴를 겪은 우리겨레는 그로인한 정신적 아픔을 극복하고 오늘의 모습으로 나라를 다시 세웠다.
지금의 우리가 있기까지 우리 국민은 세계에서 가장 일을 많이 하는 나라, 학교 교육열이 가장 높은 사회등 자랑스런 기록들을 올렸다. 그런 국민적 열의와 희생 위에 지금 우리는 선진국을 뒤쫓는 「무서운 신생공업경제국」이 됐다.
이런 고생은 북한동포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우리 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남한보다 파괴가 더 심한데다가 외국의 원조나 차관도 별로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전후복구와 사회재건을 감당해야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북한보다 6배정도 더 큰 성과를 올렸지만 북한동포의 고통과 노력을 결코 과소평가하지 않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지금 남과 북은 다시는 전쟁으로 날려 버리기에는 너무나 소중한 건설의 성과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우리 민족의 더 큰 발전과 번영의 토대가 돼있다.
이제는 이 피와 땀의 결정을 지키고 키워나가야 한다. 그것이 휴전 35돌을 맞는 남과 북의 7천만겨레가 마음을 하나로 다짐해야 할 사항이다.
지금 의회를 매개로 잉태되고 있는 제3기 남북대화시대의 개막움직임은 그런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불가침 공동선언」을 채택키위한 남북의회 연석회의를 제의한 북한은 다시 북한의 서울올림픽 참가문제도 협의하자고 제의해 왔다. 우리국회는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것이라 한다. 모두 반가운 소식들이다.
그러나 지금의 남북대화는 의회수준에 그쳐서는 안된다. 이미 상당한 진전을 기록한 적십자회담과 경제회담도 재개되어 나머지 협의를 계속해 나가야 한다.
체육회담의 재개는 한층 시급하다. 북한의 올림픽참가 문제는 국회회담보다는 체육회담에서 다룰 사항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북한은 그동안 신생 노태우정부를 의식적으로 외면해 왔다. 선거에서 37%미만의 지지밖에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우리 정부의 대표성을 부인하면서 대학생들과의 직접대화를 고집해 왔다. 그런 북한이 정부의 각종 제의를 거부하고 의회회담을 들고나온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대국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이젠 그런 얕은 수작에서 스스로 해방돼야 한다. 의회회담은 그 기능상 한계가 있다. 민간레벨의 접촉과 교류도 정부 개입이 없으면 불가능하다.이런 엄연한 현실을 억지로 외면하는 북한의 태도는 남북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않는다.
서울과 평양의 정부간 접촉이 이뤄질 때 지금 서서히 추진되고 있는 제3기 대화재개 작업이 보다 능률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정부수준의 대화인 경제회담도 재개될 수 있다.
그동안 우리측은 북한에 대해 개방적 조치들을 많이 취했다. 「7·7선언」을 토대로 북한에 대한 외교적 봉쇄를 풀고 대북비방 방송도 중단했다. 이제는 북한이 우리 제의를 받아들이고 우리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진정한 남북대화와 협력은 거기서부터 출발되기 때문이다.
남북이 분단에서 오는 불행한 민족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하찮은 절차나 체면에서 벗어나 대승적인 차원에서 새출발해야 한다. 이것이 이뤄질때 35돌을 맞은 휴전의 의미는 더욱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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