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어린이 놀이마당『새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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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눈이 부시도록 샛노란유니폼으로 마치 병아리처럼 단장한 1천2백명의 어린이들이 초록빛 잔디가 깔린 잠실 올림픽주경기장 한가운데로 신나게 달려나온다.
지난날 한국 어린이들이 즐기던 바람개비를 돌리고, 제기를 차거나 줄넘기·고무줄놀이등을 하고, 훌라후프를 들고 나와지구촌의 단합을 상징하는 갖가지 대형을 만들어보인다.
어린이들이 즐겁게 재잘거리는 소리를 담은 전자음향(서울대 이건용교수작곡)으로 밝은 미래를 향해 활짝 피어나는「새싹」들의 이미지가 더욱 돋보일 한마당이다.
오는 9월17일 서울올림픽 개막식의 식후행사로 펼쳐질『새싹』은 출연순간부터 퇴장때까지 시종일관 어린이들이 천진난만하게 노는 모습으로10만여 관중을 사로잡도록 꾸며진다.
모자를 장난스럽게 눌러쓴 남자어린이들이 여러가닥을 꼬아만든 흰고무줄을 잡고 있는 동안 여자어린이들은 머리에 맨 나비리번을 나풀거리며 고무줄놀이를 한다. 일자로 펼쳐졌던고무줄이 사각형·별모양등으로 다양하게 바뀌면서발랄하고 생동감 넘치는분위기를 살리는사이 6백명의 어린이들은 그주위에 빙둘러서서 바람개비를 돌린다.
『여우야 뭐하니…』『거북아 거북아…』등의전래동요에 맞춰 엉금엉금 기는 시늉도 하며놀던 어린이들은『호돌아호돌아 뭐하니?』하는 배경음악에 이어「미래」를 향해 힘차게 달음질한다.
마지막으로 바람개비를손에 쥔 어린이들이 바람개비 대형을 지어 바람개비처럼 빙빙 돌다가『세계는 하나』를 상징하듯 일제히 하늘을 향해바람개비를 돌리며『야!』하는 함성을 지른다.
『새싹」놀이는 총 72분동안 15개의 공연프로그램이 펼쳐지는 88서울올림픽 개막식행사 가운데유일한 어린이들의 신나는 놀이판이다. 이덕분교수(세종대)가 안무한 이작품은 5분동안 진행된다.
『새싹』공연은 거듭 새롭게 태어나야할 인류의재생과 화합을 통한 희망찬 미래세계의 창조를다짐하는 상징성을 갖고있다.
서울 삼전국민학교 어린이들이 연습을 시작한것은 지난해 11월. 오는9월16일까지 4단계로나누어 총1백60시간을 연습한다.
올림픽 개·폐회식 연습총괄부장인 서울시교위황수연장학관은『개·폐회식의 15개 공연 및 행사에 출연하는 2만명가량의 출연자 모두가 희생적으로 애국하는 셈이지만, 특히 여름방학 동안에도 뙤약볕 아래서 불평없이 연습하는 어린이들과 지도교사들에게 더할수 없는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한다.
한편 무럭무럭 자라나는 어린이들인지라 불과2∼3개월 후에 입을 유니폼 치수를 재면서도그사이에 옷이 작아질까봐넉넉한 크기로 만드는가하면, 고무줄놀이때 고무줄이 제대로 펴지지않을세라 따로 고무줄 관리전담교사를 두어 어린이들과 함께 집중적으로 고무줄을 감고 펴는 연습을하는등『새싹』공연에는『새싹』다운 뒷얘기가 무궁무진하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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