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0만원 새 의혹 나왔는데 … 경찰, 김경수 재소환 미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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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 측으로의 후원금 2700만원 유입 의혹 및 대선 전 킹크랩 사용 지침 하달 등 새로운 증거들이 나왔음에도 경찰이 강제 수사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러는 사이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 있던 댓글 등 ‘결정적 증거’들이 사라지고 있다.

경공모 회원들 모금액 유입 의혹 #“김 후보 주변 계좌추적 등 필요”

경찰은 지난달 말엔 김 후보에 대해 수사 의지를 내비쳤다. 당시 경찰은 김 후보의 금융계좌와 통신기록을 살펴보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이를 기각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김 후보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 한모(49)씨를 불러 조사했다. 드루킹에게 500만원을 받았다가 돌려준 과정에 김 후보가 개입했는지를 집중 추궁했다. 소득은 없었다. 한 전 보좌관은 “인사 청탁 대가로 돈을 받았다가 돌려준 것은 맞지만 김 후보는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결국 김 후보는 이달 4일 참고인 조사만 받고 경찰서를 나왔다.

이후 경찰은 김 후보와 드루킹 간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주는 새 단서를 포착했다. 지난 7일 드루킹의 측근 핵심 회원인 김모(필명 초뽀)씨의 집에서 이동식저장장치(USB)를 압수했다. 여기에서 2016년 11월 인터넷카페 ‘경공모(경제적공진화모임)’ 회원 200여명이 김 후보에게 후원금 2700만원을 모금해 건넨 기록을 발견한 것이다.

법무법인 이경의 최진녕 변호사는 “김 후보의 참고인 조사 이후 새 팩트들이 많이 나왔다”며 “후원금의 실체 등을 신속히 확인하려면 김 후보 회계 담당자 등 주변인사에 대한 계좌 추적, 김 후보의 휴대폰 압수수색 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경찰은 여전히 머뭇거리고 있다.

일각에선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강제수사를 주저하는 이유로 꼽는다. 지난 3일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경남지사 선거에 뛰어든 김 후보에 대한 강제수사가 자칫 선거 개입으로 비칠까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이다.

경찰이 미적대는 사이에 ‘결정적 증거’들은 사라지고 있다. 중앙일보가 최근 드루킹과 인터넷 카페 경공모 회원들이 지난해 3월~올해 2월 댓글 작업에 개입한 기사 10여건을 분석한 결과 수십건에서 수백건의 댓글들이 작성자들에 의해 일사불란하게 삭제되고 있었다. 드루킹이 김경수 후보에게 대선 이후 일본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요구하다 거절당한 뒤 ‘오사카 김경수’ 등의 댓글로 압박했다고 지목된 지난 2월말 기사의 경우 총 467개 댓글 중 62개가 삭제됐다. 경찰 수사가 본격화(3월 21일 드루킹 압수수색)된 시점과 맞물린다.

현일훈·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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