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기KT배왕위전] 2005 상금왕 VS 2005 신인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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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제40기KT배왕위전'

<예선 하이라이트>
○ . 강동윤 4단 ● . 이세돌 9단

2005년도 신인왕 강동윤의 길고 가는 손가락은 피아니스트를 떠올릴 만큼 인상적이다. 1989년 서울생인 강동윤은 지난해부터 키가 부쩍 크는 바람에 몸매도 더욱 하늘하늘해졌다. 그러나 바둑은 사뭇 강렬해 조훈현-이세돌로 이어지는 소위 '고양잇과'의 맥을 잇는 차세대 강자로 꼽힌다. 사자.호랑이.표범.재규어.치타…. 고양잇과 맹수들을 떠올려 본다. 강동윤은 이 중 무엇을 닮게 될까.

이세돌 9단과 강동윤 4단이 64강전에서 격돌했다. 이세돌은 지난해 상금왕이고 객관적 전력에서 앞서지만 국가대표를 뽑는 농심배 예선에서 강동윤에게 패배해 탈락한 아픈 기억이 있다. 은근히 부담스러운 일전이다.

장면도(25~32)=흑을 쥔 이세돌 9단의 초반 운석이 화려하다. 23으로 쓱 위협한 뒤 25의 날일자로 달려가는 모습이 환상적이다. 멀리 백? 한 점은 앉아서 잡히고 있다. 백의 강동윤은 그러나 차분히 24, 26으로 안정하며 때를 기다린다.

27의 날일자도 경쾌하고 자유분방하다. 31로 쭉 뻗은 수를 보며 서봉수 9단이 찬사를 토해낸다. "잘됐네. 거참 신기하게도 잘됐네."

아무것도 없던 중앙이 불과 서너 수가 놓이면서 뭉클뭉클 검은 연기로 뒤덮이는 모습은 마술과 같다. 강동윤은 그러나 중앙이 전혀 겁나지 않는다는 듯 무심한 모습이다. 그는 지체 없이 32로 끊어버렸는데 여기서 흑의 최선은 무엇일까.

참고도=이세돌 9단은 흑1부터 몰고 내려간 뒤 11까지 돌파했고 귀는 깨끗이 버렸는데 이게 최선이었다. 흑의 세력과 백의 실리가 명백하게 갈라지는 장면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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