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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자 '아버지 전 상서' 뜨거운 반응…격려 이메일 쇄도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송미옥의 살다보면(9)

기사가 나간 후 메일함을 여니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편지가 많이 와 있었다. 모두 격려편지였다. [중앙포토]

기사가 나간 후 메일함을 여니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편지가 많이 와 있었다. 모두 격려편지였다. [중앙포토]

메일함을 여니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편지가 많이 와있다. 스팸이 많아 모르는 이름으로 오는 것은 모두 차단하고 바로 버리는데 오늘은 제목에 ‘신문을 보고’라는 것이 많아 열어보니 모두 격려편지였다. 잠시 울컥해서 멍하니 있었다. 이분들은 어떤 일을 하기에 수많은 신문에 나는 오만가지 글 중 허접하고 부끄러운 내 글을 읽고 격려 편지를 썼을까 고마운 마음에 눈물이 났다.

어느 분은 이모티콘 꽃다발을 보내주시고 해외 동포 몇 명은 격려와 함께 멋진 평도 달았다. 또 80~90세 어르신은 당신의 살아온 세월과 추억을 이야기해주었다. 제주도에 사는 어떤 분은 직접 도서관으로 전화해 격려하기도 했다.

이만하면 주어진 여건 속에서 잘 살아왔다고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가끔은 ‘아주 괜찮아, 잘했어’라며 거울 속 나에게 격려를 보낸다. 그러나 한편으론 가난 속에서 허우적거리느라 무엇 하나 이룬 것 없고 내세울 것 없는 부끄러운 삶이 아닐지, 누군가에겐 아무런 의미 없는 삶으로 치부되지나 않을지 염려도 있다.

최고의 신문에 살아가는 이야기를 올린다는 것이 모험이었다. 허나 이것 또한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지라 떠들어 볼 기회를 잡았으니 ‘이런 삶도 최선을 다해 살았으면 떳떳하고 자랑스럽다’는 최면을 걸며 주위를 돌아보고 내 지나온 삶도 더듬어 보기로 했다.

격려편지들, 삶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걱정 

지난 5월 7일자 중앙일보 지면에 실린 기사다. [중앙일보] *사진을 누르면 해당 기사로 넘어갑니다.

지난 5월 7일자 중앙일보 지면에 실린 기사다. [중앙일보] *사진을 누르면 해당 기사로 넘어갑니다.

지난 7일 자 중앙일보 18~19면에 ‘스스로 곡기 끊고 홀가분하게 떠난 아버지의 소중한 유산’이라는 제목의 아버지께 드린 편지글이 실렸다. 이 글에 대해 어르신의 격려편지가 많았는데, 모두 삶을 어떻게 마무리하며 살아야 좋은가를 걱정했다.

또 병이 깊어져 아이들에게 짐이 되지 않고 죽기 위해 번개탄을 자식들 몰래 준비한다는 글을 읽고는 혼자서 한참을 울었다. 내 글의 요지는 ‘욕심을 버리고 살면 언젠가 한 번은 맞이할 죽음에도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뜻이었지만 배움이 짧아 전달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싶어 민망함이 크다. 부족하고 아무것도 아닌 나에게 한분 한분의 말씀이 위로가 되고 격려가 됐다. 그래서 나만 잘살게 되면 어쩌지 하는 마음에 죄송함이 더 커졌다.

작고 소소한 이야기지만 내 글을 읽고 파란 하늘의 솜사탕 같은 위로가 됐다는 분도 있었다. 어떤 분은 어렵고 힘든 보통사람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며 긍정과 감사의 힘으로 희망과 용기를 함께 하자고 제의하기도 했다. 나 자신은 더욱더 잘 살아야겠다는 반성을 하는 계기가 됐다.

글을 읽고 공감을 눌러주며 격려를 해주는 분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세상살이가 각박하고 위험하다고 한다. 자기만 아는 개인주의가 판을 치고, 이웃과 가족끼리 소통도 힘들고 서먹하게 지내는 요즘 이렇게 대화하고 격려해주는 이웃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직은 살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다. 개인주의가 판을 치는 세상이라지만 이렇게 대화하고 격려해주는 이웃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직은 살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중앙일보]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다. 개인주의가 판을 치는 세상이라지만 이렇게 대화하고 격려해주는 이웃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직은 살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중앙일보]

비록 안 좋은 댓글이 달린다 해도 나이 먹으며 별별 세상 겪으며 살아온지라 그런가 별로 기분 나쁘진 않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풀고 삶이 좋아진다면 그 또한 좋은 일이다.

산다는 게 별것 있나? 한 가지 음식도 각각의 취향 따라 레시피가 다르듯이 인생도 살아가다 보면 내게 꼭 필요한 행동과 마음, 경험을 토대로 나대로의 꿈과 희망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이 세상살이 황금 레시피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모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삶도 입장 바꿔 생각하면 맞는 것일 수 있다. 인생관이 잘못됐다, 잘못 살았다고 하는 분께 꼭 드리고 싶은 말이다. 이렇게 사소한 글 하나로 함께 인생을 이야기하고 반성하며 마음을 열고 바꿔 나가는 것이 잘살고 멋진 삶이 아니겠는가.

내 글을 읽는 분은 대부분 중년이다. 이참에 나는 짧은 글이라도 날마다 일기 쓰기를 권하고 싶다. 일기를 쓴다는 것은 우울함을 없애는 약이기도 하다. 그냥 그날의 날씨, 처음 본 풍경이나 기분 같은 것으로 가볍게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다. 그러다가 자서전을 써서 내 인생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된다면 얼마나 멋질까.

글쓰기는 나의 변화를 이끈 멘토 

글을 쓰면서 내 삶이 바뀌었다. 나를 스스로 변화시켜준 멘토가 된 것이다. [그림=안충기 기자·화가]

글을 쓰면서 내 삶이 바뀌었다. 나를 스스로 변화시켜준 멘토가 된 것이다. [그림=안충기 기자·화가]

살아온 60년이 심한 격동의 세월이라 그런지 글쓰기는 삶이 힘들고 앞이 보이지 않을 때마다 또 다른 나에게 보내는 위로와 격려였다. 글을 쓰면서 내 삶이 바뀌었다. 나를 스스로 변화시켜준 멘토가 되어준 것이다.

중년이 되면서 지나온 시간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동호회에 올리면 읽는 분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글이 투박하고 단순해도 우리가 부르는 유행가 가사같이 그림이 그려져서 쉽게 와 닿아 좋다”며 함께 부르며 울고 웃을 수 있는 이야기를 많이 써보라고 격려해주었다.

마침내 어떤 계기로 최고의 신문에서 권유를 받았으나 몇 번이나 두려워 사양했는데 담당 기자가 한 말이 용기를 줬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여기에도 많아요. 그냥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라고. 지금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감사하고, 다른 사람들과 슬픔과 기쁨을 나눌 수 있다는 것에 또 감사할 뿐이다.

이 자리를 빌려 신문과 내 글을 읽는 모든 분의 건강과 안녕을 빈다. 오늘도 더 행복한 이웃 이야기로 많은 분과 만나길 기도한다.

송미옥 작은도서관 관리실장 sesu3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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