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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첫 ‘비행기 외교’ … 북·미정상회담 예행연습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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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중국 다롄(大連) 방문이 8일 확인되면서 그의 ‘항공편 외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전까지 비행기를 이용해 외교에 나선 적이 없었다. 지난 3월 25~28일 첫 방중 때는 전용 열차를 탔다.

유력후보지 싱가포르 염두 둔 듯 #시진핑과 회담 일정 급하게 잡혀 #10시간 넘는 열차 포기했을 수도

김 위원장은 왜 항공편을 이용했을까. 먼저 방중 일정이 긴급히 잡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미 정상회담 진척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회담 일정을 급히 잡았고, 이에 따라 신속한 이동 수단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다롄이라는 지역이 지닌 지리적인 특성도 있다. 랴오둥(遼東)반도 남단에 위치한 다롄은 열차 이동이 불편하다. 열차를 이용하면 평양에서 단둥(丹東)까지 이동한 뒤 다롄까지 다시 590㎞를 달려야 한다. 열 시간은 걸리는 여정이다. 이 때문에 방중 때마다 열차를 이용했던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2010년 방중 당시엔 단둥과 다롄 구간만큼은 리무진을 탔다.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다섯 시간 만에 주파할 수 있어서다. 김정은은 그러나 평양 순안공항에서 곧바로 전용기(참매1호)에 탑승해 다롄으로 직항한 것으로 보인다. 구글맵에 따르면 직항 거리는 359㎞로 서울~부산 390㎞보다 짧아 한 시간 안에 닿을 수 있는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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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싱가포르 등이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이 항공편 이동을 예행연습하는 성격도 있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평양과 싱가포르의 거리는 약 4700㎞ 정도러 김정은의 전용기가 논스톱으로 비행할 수 있는 거리로 추정된다.

김 위원장의 항공편 방중은 ‘은둔의 지도자’로 불리며 열차 이용만을 고집했던 김정일과는 180도 다른 행보다. 김정일은 1994년 권력을 잡은 뒤 2011년 사망할 때까지 17년 동안 국경 밖으로 나간 횟수가 일곱 번에 그친다. 2001년 러시아 방문 때도 초록색 바탕에 노란 띠를 두른 전용 열차를 타고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먼 길을 택했다. 평양을 출발해 블라디보스토크→하바롭스크→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어지는 24일간 왕복 2만㎞의 대장정이었다. 반면 김일성은 항공편을 이용해 활발히 외교 활동에 나섰고, 김 위원장이 할아버지를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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