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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가족과의 대화 단절 … 어버이날 맞는 우리는 부끄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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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사흘간 이어진 어린이날 연휴가 어제 끝났다. 놀이공원마다 장사진을 이루고 고속도로에는 밤늦게까지 차량이 꼬리를 물었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정겨운 풍경의 단면들이다. 가족이 삶의 원동력임을 새삼 돌아보게 된다.

오늘은 어버이날이다.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의 은혜에 가슴 깊이 감사할 일이다. 하지만 어제 그제 나온 존속범죄와 노인학대 관련 보도는 어버이날을 맞는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부모를 대상으로 한 폭행·상해 등의 범죄가 9189건에 이른다. 지난해에만 1962건이 발생해 5년 새 두 배가량 늘었다. 2016년 노인학대 4280건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자식(아들 37.3%, 딸 10.2%)이 가해자란 사실도 충격적이다.

가정 폭력과 학대의 가장 큰 원인은 가족 간 대화 부족과 이로 인한 관계 단절이다. 자식 먹이느라 부모가 쉴 새 없이 일에 매달려야 했던 과거 어려웠던 시절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지금이 더 심각하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어린이날을 맞아 초·중·고생 571명을 조사한 결과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하루 평균 13분에 불과하다. 가족과의 대화는 언감생심이다. 부끄러운 어버이날이 되풀이되게 할 불안 요인이 아닐 수 없다.

가족의 소중함을 지키려면 부모도 사회도 바뀌어야 한다. 부모는 아이들과 놀아주고 대화하는 시간을 늘려 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자녀와의 대화법을 가르치는 부모 교육도 마다할 일이 아니다. 아이와의 대화 시간이 부족한 맞벌이 부모의 ‘워라밸’을 위해 기업과 사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워라밸 우수실천 기업을 선정해 발표하는 것도 이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어린이재단 조사에서 우리 아이들이 꼽은 행복의 최우선 조건은 ‘화목한 가정’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그 바탕은 가족과의 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