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국경놓고「씨름」예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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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란이 유엔종전결의안을 수락하기는, 했으나 종전까지는 시기와 방법등기술적 문제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과 그동안 누적돼온 이란·이라크의 국가간 감정, 협상에서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려는전술·선전전등에 따른 거친 말싸움이 예상된다.
이란·이라크 휴전 및종전에서 포로교환문제는국제적십자사가 이미 구체적 작업에 들어갔으며「케야르」유엔사무총장도유엔결의안에 따른 종전 협상대책을 마련중이다.
포로 교환문제는 커다란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유엔측의 협상안 마련의신속성이 종전협상 개시의 첫관문이 되고 있다.
이란의 유엔결의안 수락직후 이라크가 이란의원자력발전소건설공사장을공습했으나 이는 협상이전까지의 유리한 입장확보를 노리는 선제공격의성격이 강하며 따라서 완전한 종전합의까지는 두나라 전선에서 지상전이더욱 가열될 가능성도 높다.
그동안 많은 수난을 당했던 페르시아만을 항해하는 제3국유조선이나 상선에 대한 공격은더이상없을 것으로 보아도 될것 같다.
종전협상에서 가장 큰장애는 두 나라 모두 유엔결의안에 대해 무조건수락을 표명했으나 결국명분과 국경선문제가 될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지금까지 이라크가 침략국임을 국제적으로 공시할 것을 요구해왔다. 이것은 이란의 국가적 자존심이자 명분의주요 골자가 되고 있다.
이 명분에서 이라크가쉽사리 응하지 않을것이예상돼 두 나라 협상은일단 말씨름으로 시작될공산이 크다.
국경선 문제는 현재 이라크가 이란내 영토까지군대를 진입시키고 있어이라크가 유리한 입장이다.
이란은 국경선 원상회복을 요구할것이 분명하고, 이 경우「팔레비」시절부터 문제가 됐고전쟁발발의 직접적 원인이됐던 샤트 알 아랍 수로의 영유권 분할문제가주의제가 될것으로 보인다.
「팔레비」시절 이 수로의 전부를 이란에 귀속시킴으로써 이란은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페르시아만 통로를 통제해왔다.
국경선 문제는 두 나라 전선에서의 치열한 전투재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쟁보상문제는 사우디아라비아등이 이란에 5백억 달러를 제공할 것으로 알려져 커다란 장애가 되지 않을 것으로보인다.
두 나라 문제에서 새로이 등장하고 있는 문제는 두 나라 접경 쿠르드지역이다. 이란·이라크가 거의 절반씩 분할영유하고 있는 쿠르드족의 고향인 이 지역은 전쟁기간중 쌍방간이 상대방 공격의 전초지로 삼아왔다. 이것은 단순한 두나라 간의 문제가 아니라 이란·이라크·쿠르드의 3각협상을 필요로 하게 될지 모르며 따라서협상타결이 예상외로 늦어질 요인이 되고있다.
이같은 쌍방간의 이해관계 못지 않게 중요한것은 이란내의 강·온파의 대립 정국이다.
히즈볼라로 대변되는이란내 강경파와 이란혁명및 전쟁수행의 기간세력이었던 혁명수비대의 종전에 대한 반발이 실리파인「라프산자니」의 종전협상구상에 커다란 장애가 될것으로 보인다.

<진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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