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원 "트럼프, 北 인권문제 제기하라" 결의안 발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의회에서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일(현지시간)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브렌단 보일 미 하원은 다가올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할 것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촉구하는 결의안(H.RES.866)을 1일(현지시간) 발의했다.

브렌단 보일, "북·미정상회담서 인권 논의돼야" #"잔혹한 독재자에게 훌륭하다(honorable) 못 해"

브렌단 보일(Brendan F. Boyle) 민주당 하원의원은 1일(현지시간)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할 것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촉구하는 결의안(H.RES.866)을 상정했다. [미 의회 홈페이지]

브렌단 보일(Brendan F. Boyle) 민주당 하원의원은 1일(현지시간)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할 것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촉구하는 결의안(H.RES.866)을 상정했다. [미 의회 홈페이지]

 보일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성명을 발표하고 트럼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을 문제 삼았다. 트럼프는 지난달 24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기자들에게 “김정은은 모든 면에서 매우 열려 있고(open) 훌륭한 사람(honorable)”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보일은 이것이 미국의 가치에 대한 모욕이며 북한의 현실과도 완전히 모순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주민들을 굶기고 정치적 반대 세력을 살해하는 잔혹한 독재자에게 훌륭하다고 할만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가 한 말에는 결과가 따라온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지난 4월 탈북 주민들과 직접 만나 그들의 고통스러운 경험담을 들었다”며 “북한과의 평화 협상은 중요한 돌파구이지만 그 과정에서 김 씨 정권이 저지른 잔혹행위들을 정당화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네 장 분량의 결의안에는 김정은 위원장을 포함한 북한 지도부가 외국인들을 상대로 자행한 잔혹행위들이 구체적으로 열거됐다. 특히 북한의 강제 노동수용소와 정치범 수용소에 약 12만 명이 수감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곳에서 자행되는 잔혹행위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가 저지른 것과 '놀라운 정도로 유사하다(strikingly similar)'고 언급됐다. 또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북한 정권에 의해 끔찍한 고문을 겪었으며 귀국 후 숨졌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2일 북한자유주간을 맞아 성명을 내고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했다. [AP=연합뉴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2일 북한자유주간을 맞아 성명을 내고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했다. [AP=연합뉴스]

의회 뿐 아니라 미국 정부 역시 북한의 인권 유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일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자유주간을 맞아 성명을 내고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억압 받고 학대 받는 가운데 살아가는 수천만 명의 북한 사람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며 “북한 사람들은 60년 이상 삶의 거의 모든 요소에서 지독한 인권 침해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지난 10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북한 인권 문제가 정상회담에서 언급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잇따른 미국의 인권 문제 언급에 북한은 반발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일 ‘대결을 조장하는 인권 모략소동’이라는 제목의 정세 해설 기사를 통해 “과연 미국이 대화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그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또 “미국이 북 인권 문제를 운운하며 여론을 오도하고 있는 것은 결국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할 의사가 없으며 어렵게 마련된 대화 마당을 대결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으로밖에 달리 볼 수 없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