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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 방준혁까지 … ‘대기업 총수’ 된 포털·게임 창업 4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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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2000년 넷마블게임즈를 창업한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이 ‘대기업 총수’에 지정됐다. 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의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에 넷마블이 신규로 포함되면서다. 지난해 5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된 넷마블의 자산 총액은 5조 6620억원, 방 의장의 보유 지분은 24.4%다.

‘껄끄러운 감투’ 쓴 벤처 1세대들 #넷마블 자산 5조 넘어 대기업 지정 #작년 이해진·김범수·김정주 이어 #방 의장도 계열사와 거래 등 규제 #공정위, 삼성·롯데그룹 새 총수 #이재용·신동빈으로 바꿔 지정

이해진

이해진

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인 공시대상기업집단에 넷마블, 메리츠금융, 유진 등 신규 기업 3곳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은 지난해 57곳에서 60곳으로 늘었다. 60개 기업 중에서 자산 규모 10조원 이상인 삼성·현대차·SK·LG 등 32곳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도 지정됐다. 공시대상 기업집단이 되면 관계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가 금지되고 대규모 내부 거래 등을 공시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은 이런 의무와 함께 상호출자·순환출자 금지 등이 추가로 적용된다.

이번에 넷마블이 대기업으로 지정되면서 국내 포털·게임 1,2위 기업 4곳의 창업자들이 모두 ‘대기업 총수’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앞서 지난해 9월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최고투자책임자(GIO) 겸 라인 회장,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이사회 의장,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NXC(지주사) 회장도 공정위가 각 기업을 대기업으로 지정하면서 총수가 됐다.

김범수

김범수

이들 창업자 4명은 모두 90년대 후반 벤처 붐을 타고 인터넷 기업을 창업해 성공한 벤처 1세대다. 카카오는 2012년 설립됐지만 김범수 의장은 1999년 한게임(현재 NHN엔터테인먼트)을 창업해 삼성 SDS 시절 동기였던 이해진의 NHN(현 네이버)과 합병했고, 카카오 창업 후인 2014년엔 다음커뮤니케이션(1995년 설립)과 합병을 통해 국내 2위 포털을 손에 넣었다. 김정주 NXC 회장도 1994년 넥슨 창업후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을 키우고 일본 증시에 기업을 상장시켰다.

공정위는 이들 4명이 해당 대기업을 여전히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지분율이 높을 뿐만 아니라, 창업자로서 해당 기업의 핵심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영향력을 여전히 행사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총수는 특정 기업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 또는 법인으로서, 공정위는 총수의 직간접 지분율과 경영 활동 및 임원 선임 등에서 행사하는 영향력을 근거로 ‘사실상 지배’하는 지 여부를 판단한다.

김정주

김정주

IT 업계는 총수에 대한 제약과 함께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등을 이유로 ‘대기업 총수’ 지정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네이버를 창업한 이해진 네이버 GIO는 지난해 네이버를 KT나 포스코 같은 ‘총수 없는 대기업’으로 지정해달라며 김상조 공정위원장과 면담하는 등 총수 지정을 몹시 꺼렸다. 올해 3월엔 이사회 의장 직을 내려놓고 지분도 추가로 매각해 지분율을 4.31%에서 3.72%로 낮추기도 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올해도 이해진 GIO를 네이버 총수로 지정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일 “네이버의 동일인을 변경해야 할 만큼 중대한 변화가 있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해진 GIO가 여전히 개인출자자 중 지분율이 가장 높고, 현재 GIO라는 직함도 본인이 이사회 의장 시절 새로 만들어 취임하는 등 실질적으로 네이버를 지배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보유 지분율이 높은 편인 김범수·김정주·방준혁 창업자는 대외적으로 총수 지정에 대해 별다른 이견을 내지 않았다.

방준혁

방준혁

일각에서는 제조업 중심의 기존 대기업과 사업구조가 다른 IT 기업을 같은 잣대(자산규모)로 평가해 규제 대상에 넣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공시 의무나 사익 편취 규제가 IT 기업의 경영 활동을 방해하지 않으며, 오히려 이들 기업에 시장의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들이 움직이는 4대 IT 대기업은 커진 몸집만큼 최근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네이버는 뉴스 서비스 댓글조작과 뉴스 시장 왜곡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네이버를 통한 뉴스 이용률은 64%로 뉴스 시장에서 네이버는 지배적 지위(독점)를 누리고 있다. 김정주 NXC 회장은 친구인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5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무상으로 준 혐의(뇌물 공여)로 기소됐었다. 최근 들어 급성장한 넷마블은 밤샘 게임개발 같은 열악한 근로 환경으로 비난을 받았다.

한편, 이날 발표에서 국내 기업집단 자산총액 1, 5위인 삼성과 롯데의 동일인이 바뀌었다. 삼성은 2014년 5월 이후 와병 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대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롯데는 신격호 총괄회장 대신 신동빈 회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됐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미래전략실 해체는 삼성그룹 조직 운영에 매우 중요한 판단인데, 이 부회장의 결정으로 실현된 것”이라며 “이 회장이 그룹 전체나 사업구조에 중요한 의사결정을 한 만큼 동일인을 변경할 이유가 생겼다”라고 말했다.

롯데도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이 법원으로부터 합리적인 사리 판단을 할 수 없다며 한정후견인 지정을 받았다. 또 롯데의 지주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상 중대한 변화에 신동빈 회장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공정위는 봤다.

◆대기업 총수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의 대기업 총수로 지정되면 배우자를 포함한 6촌 이내의 혈족과 4촌 이내의 인척 등 친인척들의 지분 거래 내역을 공시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또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를 제한하는 규제도 적용받는다. 대기업 소속 계열사가 총수 일가의 지분 20%(상장사는 30%) 이상인 계열사와 거래할 경우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 ▶사업기회 제공 ▶합리적 검토나 비교 없는 상당한 규모의 거래(일감 몰아주기) 등이 제한된다.

박수련 기자, 세종=하남현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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