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망명 탈북자 최소 9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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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탈북자 수용 여부가 논란이 된 가운데 미국에 정착한 북한 난민은 최소 9명이며, 이들은 추방 직전 가까스로 망명이 허용된 것으로 6일 밝혀졌다. 미국은 그간 주요 기밀을 쥔 전직 북한 외교관 등을 제외하곤 일반 탈북자들의 정식 망명 신청을 받아들인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왔다.

◆ 추방 직전 망명 허용=지난해 2월 미 국무부가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인 9명은 불법체류로 체포돼 추방을 위한 재판을 받던 과정에서 이민법원에 의해 망명이 허락됐다. 국무부는 이 보고서에서 "법무부 집계 결과 2002년 5명, 2003년 3명, 2004년 1명에게 망명이 허용됐다"며 "당시 재심이 진행 중인 숫자는 제외됐다"고 덧붙였다. 국무부는 그러나 "망명 허가 프로그램에 의해 들어온 북한 망명자는 한 명도 없다"고 설명했다.

'망명 신청 북한인의 지위 및 미국 정부의 정책'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2004년 통과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국무부가 의회에 제출한 여섯 가지 문건 중 하나다. 보고서는 지난해 2월 작성된 것이어서 그 후 망명이 허용된 추가 탈북자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탈북자 수용 한계=국제 인권단체들은 미 행정부가 탈북자들의 정착을 수용하는 북한인권법을 만들어 놓고도 실제 망명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국무부는 이 보고서를 통해 탈북자 수용의 현실적 어려움을 상세히 설명했다. 우선 중국의 비협조가 핵심 난관으로 꼽혔다. "대다수 북한 난민이 통로로 삼는 중국에서는 탈북자들의 미 대사관 및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등의 접근을 정부가 막아 정상적인 망명 심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국무부는 탈북자들에 대한 정보 부족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북한 정권의 폐쇄성으로 인적사항 및 경력 등 탈북자에 대한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망명 허용 여부를 판단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무부는 "남한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북한 난민들에 대한 망명 심사를 철저히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 탈북자 망명 논란 가열=남한에 정착했다 미국으로 건너간 뒤 한국 정부의 정치적 탄압을 이유로 망명을 신청했던 마영애(40)씨에 대한 결정이 곧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마씨는 6일 뉴저지주에서 미 행정부 담당자와 인터뷰를 했다. 마씨는 "한국 정부가 북한 비판 발언을 하지 말라고 위협하는 등 정치적으로 탄압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근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탈북자 탄압 주장은 한국 정부와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반박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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