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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사회의 독버섯, 악성 댓글로 흥한자 댓글로 망한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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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1호 29면

김정기의 소통 카페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제국의 탄생에는 광대한 영토가 필수다. 고대 최대의 제국인 로마는 유럽, 북아프리카를 넘어 페르시아와 이집트를 다스렸다. 로마의 3배가 넘는 영토를 지녔던 몽골제국은 아시아와 흑해를 지나 동유럽을 지배했다. 경외의 스토리, 피와 땀의 전쟁, 긴박한 희로애락, 권력의 흥망성쇠를 담은 휴먼스토리가 제국의 매력을 발산한다.

인류의 디지털 지식은 역사상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소셜미디어라는 새로운 제국을 건국했다. 2004년 1월에 탄생한 페이스북은 10년도 안되는 2012년 1월에 가입자 수 8억 1213만 명을 기록해 인도 인구에 다다랐다. 2017년 4분기 기준으로 한 달에 한번 이상 페이스북에 로그인하는 월간 액티브이용자는 21억2900만 명이다. 중국을 제치고 제일의 인구 보유국이 되었다. 무주공산의 무한정한 온라인 영토는 제국의 탄생을 유혹한다.

대한민국의 네이버에서는 매일 평균 3000만 명이 모바일을 통해 방문한다. PC를 통해 이용하는 사람을 합하면 대한민국 거의 모든 국민이 네이버에서 어떤 내용으로든 정보를 이용한다. 정보로 한국인의 일상생활을 지배하는 제국이 된 것이다.

댓글은 뉴스에 개인 의견을 익명으로 자유롭게 표현하는 새로운 소통양식으로 각광을 받았다. 주류 언론과 다른 관점에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의사를 소통하고 여론화할 수 있는 개방된 공간으로 시민주도의 공론장과 숙의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자산으로 매력이 컸다.

그러나 댓글은 사람을 모독하고 여론을 왜곡하는 역기능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인신공격, 욕설, 비방, 인격살인, 신상털기 등의 악성댓글은 살인 흉기 못지않고, 뉴스가 아니라 뉴스 하단에 달린 댓글이 제조하는 가짜정보(fake information)가 여론을 리드하기에 이르렀다. 정보의 유통이 특정 플랫폼에 좌지우지되는 상황에서 국가기관, 정치집단, 극소수의 댓글꾼들이 여론을 오도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이는 지난 4월 21~22일 드루킹 사건보도와 관련해 댓글 통계사이트인 워드미터(wordmeter.net)의 자료를 분석한 여러 신문, 방송, 종편의 공통된 결론이다. 댓글을 가장한 거짓정보의 생산과 유통은 열린 소통의 적이고, 민주주의에 대한 반란이며, 전체주의로의 회귀이다. 댓글은 권력과 금력이 아니라 시민의 재미있고 건강한 소통을 섬겨야 한다. 다양한 의견이 공정하게 경쟁하는 매력적인 소통공간이 될 수 있도록 댓글의 생산과 유통구조의 전면개조가 시급하다.

김정기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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