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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통 크게 합의하자" 金 "원점 돌아가지 말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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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남북정상회담이열린 27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판문점 공동취재단]

2018 남북정상회담이열린 27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판문점 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판문점에서 만나 비핵화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이날 오전 9시28분 김 위원장이 판문점 북측 판문각에 도착해 남쪽으로 향하며 시작된 남북정상회담 일정은 오전 10시15분 평화의집 2층 회담장에 두 정상이 동시에 입장하면서 본격화됐다.

1시간 40분간의 오전 회담 종료 #김정은, 군사분계선 넘어 오찬은 북에서

2018㎜의 거리를 두고 타원형 테이블에 마주 앉은 두 정상은 1시간 40분간의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을 오전 11시 55분에 마쳤다. 김정은은 일단 다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으로 돌아간 뒤 오후에 문 대통령과 다시 만난다.

앞서 첫 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우리 만남을 축하해주듯이 날씨도 아주 화창하다”며 “한반도의 봄이 한창이다. 이 한반도의 봄, 온 세계가 주목을 하고 있다”고 인사를 건넸다. 이어 “전세계의 눈과 귀가 여기 판문점에 쏠려 있다”며 “우리 남북의 국민들, 또 해외동포들이 거는 기대도 아주 크다”고 했다.

그런 뒤 “우리 김정은 위원장이 사상 최초로 군사분계선을 넘어오는 순간 이 판문점은 분단의 상징이 아니라 평화의 산실이 되었다”며 “우리 국민들 또 전세계의 기대가 큰데 오늘의 이 상황을 만들어낸 우리 김정은 위원장의 용단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 뒤 “오늘 우리 대화도 그렇게 통 크게 대화를 나누고 또 합의에 이르러서 우리 온 민족과 평화를 바라는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큰 선물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하루 종일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있는 만큼 그동안 11년 동안 못다한 이야기, 오늘 충분히 나눌 수 있도록 바란다”며 공개 발언을 마무리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에서 의장대 사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에서 의장대 사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에 앞서 발언을 한 김정은은 “제가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200m 거리나 되는 짧은 거리를 오면서, 정말 군사분계선을 넘은 것은, 분리선도 사람이 넘기 힘든 높이로 막힌 것도 아니고, 너무나 쉽게 넘어오는 분리선을 넘어서 여기까지, 역사적인 이 자리까지 11년이 걸렸는데, 오늘 걸어오면서 보니까 왜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렸나, 왜 이렇게 오기 힘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운을 뗐다.

그러고는 “오늘 이 역사적인 이런 자리에서 기대하시는 분도 많고 또 지난 시기처럼 아무리 좋은 합의나 글이 나와도, 발표돼도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면 오히려 좋은 결과가 좋게 발전하지 못하면 기대를 품었던 분들한테 오히려 더 낙심을 주지 않겠느냐”며 “앞으로 마음가짐을 잘하고 우리가 잃어버린 11년 세월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정말 수시로 만나서 걸린 문제를 풀어나가고 마음을 합치고 의지를 모아서 그런 의지를 가지고 나가면 우리가 잃어버린 11년이 아깝지 않게, 우리가 좋게 나가지 않겠나, 이런 생각도 하면서 정말 만감이 교차하는 속에서 한 200m를 걸어왔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오늘 이 자리에서 평화 번영, 북남관계가 정말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는 그런 순간에 이런 출발점에 서서 그 출발선에서 신호탄을 쏜다는,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여기에 왔다”며 “오늘 현안 문제들, 관심사가 되는 문제들 툭 터놓고 이야기하고 그래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고, 또 앞으로 이 자리를 빌어서 우리가 지난 시기처럼 또 원점에 돌아가고 이행하지 못하고 이런 결과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마음가짐을 잘하고 앞으로 미래를 내다보면서 지향성 있게 손잡고 걸어나가는 계기가 돼서 기대하시는 분들의 기대에도 부응하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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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냉면 말하다 “평양이 멀다하면 안 되갔구나”

두 정상은 회담 시작부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문 대통령은 “멀리서 왔으니 인사 말씀을 먼저 하시죠”라며 김정은에게 먼저 발언할 기회를 양보했다. 김정은은 “오늘 저녁에 만찬 음식 가지고 많이 이야기하던데, 어렵사리 평양에서부터 평양냉면을 가져왔다”며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평양냉면, 멀리 온, 멀다 말하면 안 되갔구나”라며 말을 바꿔 좌중을 웃게 만들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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