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알칸트라 아들 "내년에 다시 올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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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SK전이 열렸던 8일 잠실구장에서는 작은 이별식이 있었다. 팀동료 알칸트라의 맏아들이자 지난 2개월간 LG 홈경기때 배트보이를 맡았던 9살소년 이스마엘의 송별회였다. 이스마엘은 선수들에게 재롱도 떨며 LG의 마스코트처럼 지냈다. 한번은 홈런을 치고도 홈플레이트를 밟지않았던 아빠가 이후 홈런을 친 뒤에는 “홈, 홈”을 외치며 다시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했던 야구광이었다. 엄마와 누이와 함께 고국 도미니카로 돌아가는 소년은 “내년에도 다시 오고 싶어요”라며 은근히 부친의 재계약에 압력을 쓰기도 했다.

LG선수들은 꼬마 이스마엘이 마지막으로 건네주는 배트를 움켜쥐며 힘을 냈다. LG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는 남은 4위 티켓 한장을 놓고 4위 SK와 벌인 맞대결에서 무서운 집중력으로 6-5로 역전승했다.LG는 최근 6승2패의 상승세를 탔으나 SK는 8연패에 빠졌다.

LG는 0-1로 뒤진 1회 1사3루에서 SK선발 엄정욱의 폭투로 손쉽게 동점을 만든 뒤 2회 무사2·3루에서 조인성·안상준의 연속 희생플라이로 2점을 차곡차곡 쌓아 3-1로 역전했다.3회에는 마르티네스·홍현우의 적시타로 2점을 추가,5-1로 달아나며 초반에 승부를 갈랐다.SK는 7회 이진영의 솔로홈런,이호준의 2점 홈런이 터지는 등 막판 추격에 나섰으나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LG는 시즌 성적에서도 막판 대역전을 꿈꾸고 있다.LG(56승)는 SK(58승)에 2승차로 따라 붙었다.경기수도 SK보다 3경기가 더 남았다는 점도 LG에게 유리하다.올시즌 팔꿈치 부상으로 거의 던지지 못했던 최원호가 최근 2군경기에서 연속 호투하며 조만간 1군에 복귀한다는 소식 또한 희망을 키워준다.

물론 SK가 남은 14경기에서 반타작해 시즌 65승(65패)을 올린다고 할때 LG는 남은 17경기에서 10승7패 이상의 성적을 거둬야 하기때문에 부담이 크다.LG 혼자만의 힘으로는 4강막차를 타기란 쉽지않다는 뜻이다.

그러나 SK가 최근 투·타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그동안 쌓아놓았던 승수를 거의 다 까먹었다.특히 선수단의 사기도 눈에 띄게 떨어졌다.8일 경기에서 SK는 3회 선발요원인 스미스와 김상진을 잇따라 투입했으나 두선수 모두 마운드에 올라올때부터 이기겠다는 의지가 없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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