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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북미 정상회담 앞두고…웜비어 부모, 미 법원에 北 고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6월 북한에 억류됐다 송환된 뒤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북한 당국을 미 법원에 26일(현지시간) 고소했다.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미국으로 송환된 뒤 사망한 오토 웜비어. [AP=연합뉴스]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미국으로 송환된 뒤 사망한 오토 웜비어. [AP=연합뉴스]

이날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프레드 웜비어와 신시아 웜비어는 콜럼비아 지방법원에 제출한 22쪽 분량의 소장에서 “북한 정부가 아들을 인질로 삼은 뒤 저지르지 않은 범죄를 자백하도록 강요하고 뇌사 상태로 미국에 돌려보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아들은 정치적 노리개로 이용됐고, 김정은과 그의 정권은 끔찍하고 잔혹한 학대로 아들의 목숨을 앗아갔다”며 “이번 소송은 오토와 우리 가족에 대한 북한의 야만성에 책임을 묻는 또 하나의 조치다”라고 밝혔다.

버지니아주 주립대학 학생이던 웜비어는 2016년 1월 북한 관광 중 양각도 국제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쳤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그해 3월 체제전복 혐의로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6월 13일 18개월 만에 혼수상태로 석방된 뒤 엿새 만에 사망했다.

북한은 웜비어가 식중독인 ‘보툴리누스 중독증’에 걸려 마비됐다고 주장했다. 미 의료진은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부인했지만, 웜비어의뇌 손상이가혹 행위 때문이라는 점을 뒷받침한 신체적 외상도 찾지 못했다.
그러나 가족들은 그가 북한의 신체적 학대 때문에 사망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 2월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방한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왼쪽)과 오토 웜비어의 부친 프레드 웜비어. 프레드 웜비어는 펜스 부통령이 평택 해군 2함대를 방문할 때도 동행했다. [중앙포토]

지난 2월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방한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왼쪽)과 오토 웜비어의 부친 프레드 웜비어. 프레드 웜비어는 펜스 부통령이 평택 해군 2함대를 방문할 때도 동행했다. [중앙포토]

WP는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웜비어 부모가 북한을 고소했다”며 “소송 시점이 중대한 지정학적 함의를 제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이번 소송을 이끄는 맥과이어 우드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변호인이기도 하다”며 “백악관과 부통령이 소송에 구체적인 역할을 하지는 않았지만 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웜비어가 사망했을 때 모든 미국인은 고통을 느꼈으며, 그 상실감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개인적인 소송이지만 미국인은 오토에 대한 기억을 간직할 것이며, 부모가 느끼는 고통을 잊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미국은 지난 2월 평창 겨울올림픽에펜스 부통령이 이끄는 대표단을 파견하면서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웜비어의 부친을 동행시키기도 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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