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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드루킹 수사, 증폭되는 검경 갈등...檢, 수사협조 요청도 되돌려보내

중앙일보

입력

댓글조작 사건과 관련,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기각한 검찰이 이번에는 경찰의 수사협조요청 공문을 '다시 작성하라'며 돌려보낸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경찰이 수사자료 열람의 사유를 적시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드루킹 김동원(49)씨의 대선 댓글조작 여부와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루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검경 갈등까지 증폭되는 형국이다.

26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이날 오후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관련 규정을 참조해서 수사상 필요한 사유를 소명하여 신청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경찰은 전날 오전 고양지청이 무혐의 처분한 드루킹 사건기록의 일부를 '열람할 수 있게 해달라'며 수사협조요청 공문을 접수했었다. 고양지청 관계자는 "공문에 자료 요청 사유와 범위가 적혀 있지 않아 보완하도록 요청한 상태다. 전체 기록을 그냥 달라고 한다고 줄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해당 사건은 중앙선관위가 지난해 5월 5일 '드루킹측 계좌에서 8억원의 불명확한 자금 흐름이 확인되고 특정 후보를 위해 글을 쓴 대가로 의심된다'며 김씨와 경공모의 자금관리책 김모(49ㆍ필명 파로스)씨의 수사를 검찰에 의뢰한 것이다. 드루킹을 댓글조작 혐의로 구속한 경찰이 꼭 들여다봐야 하는 사건인 셈이다. 경찰 출신의 권은희 바른미래당 댓글조작대응팀장은 24일 기자회견에서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불법여론조작이 현재까지 이어졌다는 시간적 연계성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자료"라면서 "경찰이 아직 관련 자료를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정진석,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이 공동주최한 '드루킹 불법여론조작 어떻게 볼 것인가' 간담회가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언주 의원(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정진석,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이 공동주최한 '드루킹 불법여론조작 어떻게 볼 것인가' 간담회가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언주 의원(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로 경찰의 수사기록 요청이 늦은 감은 있다. 경찰은 해당 사건의 존재를 17일 언론보도를 통해 처음 인지했다고 밝혔지만, 일주일 후인 25일에야 검찰에 수사기록을 요청했다. "드루킹 일당의 자금에 대해서 수사 중이었고,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 영장 신청 및 집행 등에 분주한 상황이어서 요청이 늦어진 것"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다만 수사협조요청 공문에 사유를 적시하지 않은 것에 대해 경찰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의 혐의 소명을 위해서이고,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이기 때문에 사유를 굳이 적시하지 않았다”며 “수사기관끼리 긴밀한 협력이 잘 이루어졌으면 좋았겠지만, (검찰 요청대로) 공문을 잘 준비해 다시 접수하겠다”고 말했다.

검경 갈등이 표면에 드러나면서 댓글조작 수사의 브레이크가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검찰은 24일 경찰이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과 드루킹 측으로부터 500만원을 받았다 돌려준 김 의원의 보좌관 한모씨에 대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 중 상당수를 기각했다. 김 의원에 대해서는 통신과 계좌 영장을 모두 기각했고, 한씨에 대해선 사무실과 자택 휴대전화, 유선전화, 노트북 등에 대한 대물 영장은 기각하고 통신과 계좌 영장만 청구해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았다.

송우영 기자 song.woo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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