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군민 폭행 현장] 군수에 돌 던지고 발로 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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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김종규(金宗奎)부안군수는 8일 원전센터 문제 등 지역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오전 11시쯤 부안읍내에서 관용차로 30여분을 달려 내소사를 찾았다.

평소 잘 알고 지내던 혜산 큰스님과 핵반대대책위 공동대표이자 주지인 진원스님을 만나러 간 것이었다. 이날 오전 11시30분쯤 金군수의 방문소식을 전해들은 진서.변산면 주민 6백여명이 사찰 주변으로 몰려왔다.

3백여명은 일주문 주변에서 연좌농성을 시작했고, 나머지 3백여명은 군수와 면담을 요구하며 사찰 경내에 진입해 "매향노 군수는 물러가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金군수는 큰스님과 대화를 나눈 뒤 낮 12시쯤 사찰을 떠나려 했으나, 주민들이 길을 막아 다시 큰스님 방으로 들어가 세시간여를 기다렸다.

대책위 측과 협의를 마치고 오후 3시30분쯤 주민과의 대화를 위해 법당 밖으로 나오는 순간 주민들로부터 물병.돌 등이 金군수에게 날아들었다. 일부 수행원들은 주민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金군수는 수행원과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핸드 마이크를 들고 주민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흥분한 일부 주민들이 "사퇴하라""죽여라"는 등의 고함을 지르며 金군수 일행을 떠밀었다.

오후 4시10분쯤 대화가 어렵다고 판단한 金군수 일행이 자리를 뜨려는 순간 주민들의 주먹과 발길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15분 가량 무차별 폭행을 당한 金군수는 양복과 와이셔츠가 찢기고 얼굴에서 피가 흘렀으며, 일부 주민들은 쓰러진 金군수를 발로 차기도 했다.

이때 사찰 안에는 사복경찰 30여명이 있었지만 주민들의 행동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주민들은 오후 5시쯤 金군수를 법당 앞으로 끌고 가 한때 강제로 주저앉힌 뒤 "오늘이 당신 제삿날이다" "이 자리에서 죽음을 각오하라"는 등의 폭언을 퍼부으며 원전센터 유치신청 취소를 강요했다.

이에 金군수는 "지난 두달 동안 고생시켜 미안하다"며 "반대 대책위와 대화를 하는 등 입장을 정리할 시간을 줘야지 이 자리에서 철회를 약속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들의 카메라와 취재수첩을 빼앗고 한때 사찰 밖으로 쫓아내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15개 중대, 2천여명의 병력을 내소사 주변에 배치했으나 사고 당시 사찰 안에 진입하지 않았다. 주민들은 경찰이 진입할 경우 사찰에 불을 지르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경찰은 오후 6시50분 진압작전에 들어가 金군수를 억류 일곱시간 만에 구출, 전북대병원으로 옮겼다. 이 과정에서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져 경찰.주민 등 50여명이 부상했다.

부안=서형식.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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