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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적 재산 축적·대물림 겨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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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 신종 수법의 변칙 증여=검찰 수사는 계열사 편법 인수 등 부정한 방법을 동원한 재산 불리기와 불법적인 재산 세습 등 두 가지 의혹에 집중되고 있다. 현대차 측이 글로비스㈜와 현대오토넷 등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가장 큰 이유는 재산 축적 및 경영권 승계를 원활히 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를 상대로 금품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특히 정의선 사장이 글로비스를 통해 불과 5년 만에 8000억원대의 투자이익을 본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 계열사의 불법적인 지원으로 글로비스가 성장했고, 이는 정 사장의 개인 이득으로 돌아갔다는 점에서 사실상 변칙증여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비자금 조성 및 사용에 간여한 현대차 임직원을 상대로 정 회장 부자의 지시 여부를 추궁해 일부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최근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조사에서 정의선 사장의 재산을 늘려 주기 위해 계열사 확장 사업을 도와 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대검 채동욱 수사기획관은 "이들에 대한 조사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고 강조했다.

◆ 사법처리는 미지수=정 회장 등에 대한 소환조사가 곧바로 사법처리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검찰이 정 회장 등에 대한 소환조사 방침을 밝힌 것은 정 회장의 귀국을 종용하는 일종의 압박카드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이 무한정 귀국을 미룰 경우 자칫 출국을 사실상 방조했다는 검찰에 대한 비난 여론이 생길 공산이 크다. 검찰 일각에서는 정의선 사장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사법처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재산을 대물림받는 과정에서 탈세 등의 혐의 적용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5월 초까지는 수사를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 고심하는 현대차=그룹 관계자들은 향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설마 총수까지 조사받겠느냐'며 일말의 기대를 하던 임직원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회사 관계자들은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2000년 현대차그룹이 출범한 이래 초유의 비상 사태이기 때문이다. 2003~2004년 재계를 강타했던 대선자금 수사 때도 그룹의 총수는 검찰 조사를 받지 않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 회장이 예정대로 입국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그러나 정 회장이 9일께 귀국할지는 오로지 그의 판단에 달려 있는 상황이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미 조지아주 기아차 공장 착공이 연기되는 등 해외사업에 차질이 생기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박재현.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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