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원단지로 교육문제 해결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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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홈쇼핑회사가 이민상품을 내놓기 무섭게 동이 나고, 이민.유학 박람회가 인산인해를 이루는 근저에는 교육문제가 커다랗게 또아리를 틀고 있다.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는 자녀를 대학에 보낼 수 없는 여건에 진절머리가 난 부모들이 앞다퉈 해외로 떠나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남의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이유는 무엇보다 자녀를 좋은 환경에서 교육시키려 제한된 주거공간에 몰리기 때문이다. 강남은 과거 강북의 우수교교가 대거 이전해 좋은 학군을 형성하고 있고 학생을 상위권 대학에 많이 입학시키는 유수한 학원들이 즐비한 교육특구다.

자녀 교육에서 희망을 잃은 가정이 나라를 등지고, 강남 아파트 값이 미쳐 돌아가는 것이 결국은 공교육이 부실하기 때문이다. 학교 공부로는 수능시험 문제를 풀기 힘들고, 예.체능 재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니 학생들이 학원으로 몰리고 외국을 찾는 게 아닌가.

정부가 이 시점에서 가장 화급하게 해야 할 일은 공교육을 정상화해 비뚤어진 교육 풍토를 바로잡는 것이다. 없는 살림을 짜내 과외를 시켜야 하는 사교육 위주의 교육체계를 깨뜨려야 한다.

수요자가 교육비를 부담하고 교육과정에 자율성을 갖는 자립형 고교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대신 사립고에 투입하는 교육예산을 공립학교로 돌려 공교육 수준을 사교육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학생의 능력과 자질을 인정하지 않는 평준화정책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교육에서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강남 대체용으로 판교 신도시를 세우며 강남의 교육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수단으로 학원단지를 조성한다고 한다. 강남으로 집중되는 사교육 대책을 세우고자 고작 이런 발상을 하다니 정말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강남의 학원들이 물좋은 시장을 두고 떠날 리도 없거니와 나중에 판교가 제2의 강남이 되면 또 다른 곳에 학원단지를 만들것인가. 정부는 대증적인 요법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교육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과감하고 획기적인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