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대회 로딕 첫 포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챔피언십까지 남은 포인트는 세개였다. 그리고 에이스-에이스-에이스.

앤디 로딕(21.미국.세계랭킹 4위)다운 끝내기였다. 짧은 백스윙에 장작 패듯 찍어누르는 서비스 폼도 거칠기는 예전과 마찬가지였다. 두 주먹을 움켜쥐고 격하게 환호하는 모습도 역시 로딕다웠다. 여기까지는 망아지처럼 날뛰던 과거와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로딕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를 부모와 여자친구인 할리우드 스타 맨디 무어와 기쁨을 나눴다. 길들여지지 않았던 '야성'을 다듬어준 '사부' 브래드 길버트에게 감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벤치로 돌아와 수건을 얼굴에 덮고 잠시 눈을 감았다. 짧은 순간이었으나 '철부지 소년' 로딕이 '어른'으로 자랐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로딕이 마침내 메이저 대회를 정복했다. 로딕은 8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뉴욕 플러싱 국립테니스센터에서 열린 US오픈 남자단식 결승에서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23.스페인.3위)를 3-0(6-3, 7-6, 6-3)으로 완파하고 대회 첫 우승과 메이저대회 첫 우승을 동시에 이뤘다. 우승상금은 1백만달러(약 12억원).

로딕은 최고시속 2백25㎞의 강서비스로 22개의 에이스를 따내 손쉽게 경기를 풀었다. 올해 프랑스오픈 우승자 페레로는 로딕과의 결승에 앞서 훈련 파트너가 코트 안쪽에서 서비스를 넣게 하는 등 파워 서비스에 대비했으나 한번도 로딕의 게임을 따내지 못했다. 페레로는 다음주 발표되는 세계 랭킹에서 처음으로 1위에 올라서는 데 만족해야 했다.

로딕은 전날 매치포인트까지 몰렸던 다비드 날반디안(아르헨티나)과의 준결승에서 얻은 교훈을 잘 지켰다. 판정에 대한 항의도 자제했고, 스트로크에 대한 집중력도 키웠다. 과거 앤드리 애거시(미국)를 지도했던 명코치 길버트의 지도가 큰 힘이 된 듯했다.

로딕은 "결승전을 치르는 동안 내가 이토록 침착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나도 놀랐다. 어릴 때 구경을 하며 챔피언을 꿈꿨던 이곳에서 챔피언이 됐다는 게 꿈꾸던 이상으로 행복하고 짜릿하다"고 말했다.

김종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