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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김문수 "文 같은 착한 사람은 '착한 경제' 하다 망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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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선거 3파전 불리한 싸움 아니다…문 대통령 같은 착한 사람은 ‘착한 경제’ 하다 망해

“도망치다 죽는 자리에는 풀도 안 돋아”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서울을 도쿄·베이징과 경쟁하는 동북아 중심도시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서울을 도쿄·베이징과 경쟁하는 동북아 중심도시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1951년생인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1970~80년대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꿈꿨다. 지금은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지키고자 제1 야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다. 그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성전(聖戰)’이라고 불렀다.

전쟁에 나서는 마음가짐으로 선거에 임한다? 각종 여론조사가 말해주듯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쪽으로 서울시장 판세가 많이 기울어져 있다. 김 후보는 “이번 선거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성전이자, 북핵, 북한 3대 세습, 북한 인권 탄압에 맞서는 성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야권 표는 바른미래당의 안철수 예비후보가 김 후보와 나눠 갖는 구도로 짜일 공산이 크다. 보수진영에서는 두 야당이 후보를 단일화해 여당과 일대일 싸움으로 몰아가주길 기대한다. 김 후보는 “설령 성전에서 지더라도 우리에게는 미래가 있다”면서 “얕은 수를 쓰면서 살아남고자 도망가다 죽은 자리에는 풀도 안 돋는다”고 결의를 다졌다. 사실상의 일축이다. 결국 3파전을 각오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그는 원래 불패의 정치인이었다. 15·16·17대 국회의원 3선에 이어 2006년, 2010년 경기지사 연임에 성공했다. 이렇게 5연승을 달리던 그가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대구 수성갑의 새누리당 후보로 나서 현 여권의 김부겸 의원(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밀려 고배를 들었다. 그의 정치인생은 이제 5승 1패. 그는 왜, 어떤 마음으로 절대적으로 불리한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든 걸까? 4월 15일 자신의 선거사무소가 차려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사에서 김 후보를 만나 내면의 동기와 명분, 전략에 대해 얘기를 들었다.

많은 이가 뜻밖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경기지사를 그만두고 대구로 내려간 지 몇 해 만에 불쑥 서울시장 선거로 컴백했으니 말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당에 마땅한 서울시장 후보감이 없다고 SOS를 쳤다. 여론조사에서 서울은 완전히 초토화되는 걸로 나와 도무지 나서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서울을 수복해야 하는데 제가 필요하다더라. 그래서 나서기로 마음을 먹었다.”
승리를 낙관하기 어려운 선거에 나서기가 어디 쉬운가?
“아내를 비롯해 주변에서 많이 말렸다. 대구에서도 2020년 총선이라는 기회가 있는데 왜 서울로 가느냐고 붙잡더라. 그런데 대한민국이 위험해졌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좌파 광풍이 불어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뿌리부터 흔들릴 정도다. 저라도 나서 이를 저지해야겠다는 생각에 결심을 굳혔다. 이번 선거는 나라를 지키고 수호하는 성전이다.”
그걸 돈키호테식 발상이라고 한다면?
“북한의 존재를 잘 모르기에 하는 말이다. 북한의 본질은 쉽게 바뀌지 않으며 핵무기도 호락호락 포기할 집단이 아니다. 나는 오히려 대한민국이 포기할까 봐 두렵다. 주한미군이 주둔하든지 핵무기를 가지든지 둘 중 하나는 꼭 있어야 한다. 지금 문재인 정부의 인식이나 접근법은 아주 위태롭기 짝이 없다.” 

“대한민국이 북한의 식민지로 전락할 위기”

4월 11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하는 김문수 서울시장 예비후보.

4월 11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하는 김문수 서울시장 예비후보.

전반적으로 한·미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을 환영하는 분위기 인데.
“문재인 정부가 하는 걸로 봐서는 평화를 위해서라면 전쟁도, 주한미군도 포기할 것 같다. 북한 핵은 반대하지만 전쟁을 감수할 정도는 아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 민족끼리’라는 미명 아래 북핵도 방관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까. 제가 노동운동을 하면서 2년6개월 동안 주체사상파들과 함께 수감된 적이 있어 그들의 생각을 잘 안다. 지금 청와대에 그 주사파들이 포진해 있다. 주사파는 연방제 통일을 지향한다. 핵을 가진 북한과 연방이 된다는 건 결국 대한민국이 북한의 식민지로 전락한다는 말이다.”
너무 과민한 반응 아닌가? 
“일상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일어난다. 공부 잘하고 심성도 고운 아이가 주변의 부당한 해코지에 맞서 싸울 의지가 없으면 주변의 불량배들에게 늘 당하며 살게 된다. 나라도 마찬가지다. 피와 땀과 눈물 없이 어떻게 나라를 지켜내나. 전쟁을 두려워하고 피 보는 걸 겁내는 나라는 식민지는 될 수 있을지언정 주권국가로 서기는 어렵다. 지금 문재인 정부의 대한민국 처지가 꼭 그렇다.”
여론조사에서는 국민들은 여당에 자유한국당보다 2~3배나 많은 지지율을 안겨준다. 다수의 국민은 김 후보와 생각이 다른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좌파 성향이지만 이미지 관리를 매우 잘했다. 또 국민들의 호감을 사는 이벤트에도 능하다. 탁현민과 같은 탁월한 연출가를 만나 문 대통령과 그 옆의 비서실장은 늘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웃는다. 몸을 낮추는 대통령을 국민은 좋아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지만 주사파는 대중사업에 능하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는 데 소질이 있고 눈앞에서는 늘 예의 바르고 싹싹하게 군다. 게다가 현 정부는 언론을 지독하게 휘어잡지 않는가. 자유한국당도 잘못한 게 많다. 같은 편끼리 편을 가르고 서로 공격을 했다. 탄핵이 바로 그런 결과다. 게다가 대선 패배 후에도 국민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고 인사와 정책 난맥상도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래서 여론이 돌아선 것이다.”
청와대에 주사파가 있다면 정말 문제인데.
“나는 출마 전에도 개인 페이스북 같은 데서 늘 주장해 왔다. 청와대는 주사파,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민노총, 전교조, 강성 언론노조 출신 인사들에 의해 장악됐다. 문 대통령은 인성은 뛰어난데 사회과학적 준비나 식견은 부족하다.”

“수도권의 북쪽은 언제나 찬밥, 집중 개발하겠다”

2011년 김문수 당시 경기도지사가 구미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해 헌화, 분향한 뒤 묵념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011년 김문수 당시 경기도지사가 구미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해 헌화, 분향한 뒤 묵념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변호사 출신의 문 대통령도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사회과학적 소양이 적다고 하는 근거는?
“좌파가 뭔지 알면 저렇게 하지 않는다.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니까 착한 마음에 솔깃해 한다. 그게 기업과 근로자와 나라 경제에 어떤 여파를 미치는지, 어떻게 일자리를 잠식하는지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 좌파들은 외골수에다 편견 덩어리지만 이론은 현란하기 그지없다. 노동가치설, 유물변증법,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떠받치는 통계 기법까지 고도의 논리로 무장했다. 이를 마스터한 좌파 전문가들이 손바닥만한 시장경제를 못 이긴다. 더욱이 좌파는 인간에 대한 통찰이 부족하다. 문 대통령 같은 착한 사람은 착한 경제를 하다 망하게 된다. 돈 많이 들면 깎아주고 이익은 많이 남기지 말자는 식이다.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재벌과 돈 있는 사람은 누군가의 등을 쳐 먹었기에 악하다고 보는 쪽이 좌파 아닌가.”
무능한 좌파가 장악한 서울시는 하향평준화 정책으로 무기력한 도시가 됐다고 주장했다. 사례를 들 수 있나?
“박원순 서울시장은 언젠가 ‘아무것도 안 한 시장’으로 남고 싶다고 얘기했다. 그게 진짜 손 놓고 놀겠다는 건 아니지만 실제로 서울시는 너무 일을 안 했다. 재건축을 바라는 지역이 수십 곳에 달하지만 재건축 연한을 30년에서 40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집을 많이 짓는 것도 아니고. 이미 착공에 들어가 공사 중인 월드컵대교도 시급하지 않은 사업으로 판단해 예산 투입을 줄였고, 이미 완공한 아라뱃길도 한강과 연계해 더 발전시키는 노력을 충분히 기울이지 않는다. 서울시의 행정 하면 그저 돈을 나눠주는 게 먼저 떠오른다면 과한 주장일까. 이제는 청와대가 수도를 법률로 정하자고 나선다. 이는 서울을 해체하자는 거다. 정부가 대한민국 대표 도시 서울의 발목을 잡겠다는 얘기다. 이런 식으로 하향평준화된 서울을 상향 발전식의 글로벌 도시로 거듭나게 하자는 게 제 공약이다. 서울이 도쿄·베이징과 경쟁하는 동북아 중심도시, 나아가 세계 일류 도시로 발돋움하는 청사진을 그리는 중이다.”
서울의 강남·북 격차 해소 방안도 관심사더라.
“출마를 결심하고 서울 시내 여러 곳을 둘러봤는데 정말 강북은 보면 볼수록 형편이 딱한 곳이 많더라. 삼성동 한전 부지 지하개발 등 개발과 건축 수요가 넘치고 넘치는 강남과 대조적으로 도봉구·노원구·중랑구 이런 곳들은 변변한 개발 수요가 없어 보였다. 강북 발전에 대한 밑그림이 완성되는 대로 개발 사업에 착수할 것이다. 우선 생각나는 대로 말하자면 강북 소대 대학 주변에 서울시·대학·기업 등 3자가 협력해서 추진하는 4차 산업특구를 조성할 참이다.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가 개통되면 경기도와 강남에서도 강북으로의 접근성이 올라간다. 강북 지역의 GTX 연계 교통망도 확충하는 등 인프라를 대폭 강화할 작정이다. 서울뿐 아니라 경기도 북쪽도 저개발과 낙후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경기지사 시절의 경험을 서울시정에 활용할 수 있어 좋다.”

예를 들면 어떤 연관성을 있나?
“8년 동안 경기도정을 살피면서 느낀 점인데 수도권의 북쪽은 늘 찬밥신세다. 경기도만 해도 북부와 남부의 격차는 현저했다. 한국의 주된 물류와 교통이 서울을 중심으로 부산·목포 등 남쪽으로만 내달리는 구조가 지역 간 균형발전의 걸림돌이 되더라. 그러다 보니 경기 북부로는 절대 유동인구 자체가 적은 편이다. 예전의 한반도는 이와 달랐다. 한번 조사를 해봤는데 한반도 제1의 간선도로는 서울과 신의주를 잇는 경의선이었다. 그래야 중국 등 대륙으로 진출하니까. 과거 대륙국가의 면모를 가진 한반도의 허리가 잘리면서 서울·경기·강원의 북쪽은 낙후되거나 정체 국면을 면치 못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서울시장이 되면 강북 발전에 더 많은 예산과 인력, 제도적 지원을 투입할 참이다.”

“필요하다면 ‘재벌 대변인’도 불사”

지난해 2월 대구시 동아백화점 앞에서 열린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운동 대구지역대회’에 참석해 연설 중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지난해 2월 대구시 동아백화점 앞에서 열린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운동 대구지역대회’에 참석해 연설 중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경기지사 시절 메가시티(Megacity, 핵심 도시를 중심으로 일일생활이 가능하고 기능적으로 연결된 인구 1000만 명 이상의 광역경제권)’ 육성 전략을 추구했다. 이를 서울시 발전 전략에도 투영할 수 있나?
“경기도는 하나의 작은 국가와 같다. 육·해·공군 부대가 자리하고 도·농 간 문제가 첨예하다. 하천만 해도 2000개가 넘는다. 8년 동안의 도지사 시절 국방·안보, 농촌과 도시의 행정을 모두 경험했다. 공약 이행률도 95%에 달한다. 청렴도 꼴찌의 경기도를 1위로 올려놓은 건 두고두고 자부심으로 간직하고 있다. 서울시장이 되면 서울·경기·인천·강원을 연계해 세계적인 도시 모델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해 보겠다.”
GTX는 서울시민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까?
“아마도 출퇴근 개념이 바뀔 것이다. GTX는 40~50m 지하에서 최고 시속 200㎞로 달린다. 경기도 어느 지점에서든 서울 도심까지 30분에 주파가 가능하고, 인천 송도에서 서울시청까지는 20분이면 족하다. 프랑스의 광역철도 회사도 감탄할 정도로 한국의 철도·터널·토목·신호 기술은 첨단을 달린다. 세계 톱클래스의 교통 관련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격려하는 게 서울시장의 역할이기도 하다. 그 선두를 삼성·현대·LG와 같은 국내 대기업이 이끈다. 이들 기업을 무턱대고 적폐로 보는 사회 분위기에 유감이다. 이런 얘기를 하면 저보고 ‘재벌의 대변인’이라고 쏘아붙이더라.”
특별히 기업 친화적인 행정을 편 적이 있나?
“평택시 고덕면에 삼성전자 공장을 유치할 때 기업이 원하는 조건을 거의 다 들어 주려고 노력했다. 삼성전자 부지를 평당 100만원 아래로 낮춰 공급했다. 당시 취득원가가 42만원 정도였고 기반시설 투자비용까지 더하면 평당 100만원이 더 들어간 땅이었는데 말이다. 시가로 따질 경우 택지가액이 200만원을 넘겼다. 얼마 전 만난 삼성전자 최고위직을 지낸 분은 삼성전자 평택공장이 적기에 잘 이뤄진 투자라며 만족해 하더라.”
오늘 민주당 댓글 조작사건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했다. 이번 사안의 본질은 무엇이며 어떤 점에서 심각한 일탈이라고 보나?
“김경수 의원의 기자회견 동영상을 다시 열어봤다. 전반적인 기조를 따져 보니 비단 이번에 구속된 김모씨(필명 드루킹) 등 3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이 서더라. 댓글 여론을 조작, 공작하는 팀들이 민간에 다수 존재한다. 이들이 정치권과 손잡고 조작 등을 통해 사이버 공간을 극도로 오염시키고 있다고 본다. 김 의원이 누구인가? 여권의 핵심 인사로 경남지사 선거 출마 예정자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다. 그런 사람이 이번 일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것이다. 정치권 곳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나? 매크로(Macro, 추천 수 조작) 프로그램도 자체 시장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확대를 꾀하게 된다. 제일 큰 시장이 바로 정치권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온라인상의 여론조작 행위는 발본색원해야 한다. 돈 선거 이상으로 유해하고 정치풍토를 오염시키는 오염원이다. 국정조사와 특검을 통해 조폭 잡듯이 엄벌해야 한다.”
여권 내에서도 사임론이 제기된 ‘김기식 금감원장 카드’에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마지막까지 집착한 건 왜일까?
“바로 현 정권의 대주주니까 그렇다. 참여연대·민노총·전교조·언론노조가 다 대주주다. 참여연대 핵심적인 인물이 박원순 서울시장,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김기식 금감원장 등이다. 이들 외에도 많은 참여연대 출신이 청와대와 정부 부처에 포진해 현 정부를 떠받드는 한 축을 형성한다. 이런 현실을 무시할 수 있나.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군내 사조직인 ‘하나회’보다 더 무서운 조직들이다.”
문 대통령이 마음먹으면 가능하지 않나?
“다시 말하지만 정권의 주축이 그들인데 어떻게 쉽게 할 수 있나.”
그건 밖으로 비쳐지는 모습일 뿐이다. 실제 그런 권력관계가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 이상일 수 있다. 원래 문 대통령은 정치를 하지 않으려던 사람이다. 누가 무등을 태워 청와대에 입성케 했나. 이들 핵심 기반이 빠지면 땅바닥으로 곤두박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안철수 후보는 답답하고 유아(幼兒)적”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로 추대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4월 10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김기식 금감원장 사퇴 촉구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로 추대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4월 10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김기식 금감원장 사퇴 촉구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남북 정상회담을 ‘위장평화쇼’라고 얘기해 왔다. 김 후보의 견해는?
“문 대통령은 정치인 중에는 순진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제 페이스북에 동화 속 ‘어린 왕자’로 표현했었다. 이번 정상회담은 ‘나이 든 남자’와 ‘34세 백전노장’의 만남이다. 순진하기 짝이 없는 문 대통령과 그 절반의 나이지만 닳고 닳은 김정은이 만난다고 생각해 보라. 정상회담은 볼 것도 없다. 심하게 말하자면 문 대통령은 어떻게 하면 김정은을 기쁘게 해줄까 생각하는 분이다.”
표현이 좀 과한 것 같다.
“이미 제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이다.”
오는 6월 지방선거의 한 변수로 야권 후보 단일화를 꼽기도 한다. 이 문제에 임하는 원칙이 있다면?
“앞서 말했듯이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성전이다. 북핵, 북의 3대 세습 독재, 인권 탄압에 맞서는 성전이다. 자유민주주의 근본은 인권과 평화 아닌가. 저는 성스러운 전쟁의 전사로 나서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안철수 바른미래당 예비후보는 저보다 2011년 자신이 당선시켰던 박원순 시장과 더 비슷한 유형이다.”
안철수 후보를 잘 아는 편인가?
“제가 아는 안 후보는 좀 답답한 분이다. 왜 그런가 하면 제가 경기지사로 있을 때 서울대에 매년 35억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대준 적이 있다. 그 대상의 하나가 광교테크노밸리에 자리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이었고, 안철수 후보가 원장으로 왔었다. 제가 광교테크노밸리에 갈 때마다 안철수 원장에게 연락을 해 인사하려고 해도 감감무소식이었다. 아마 원장 비서실에서도 전화 연락이 잘 닿지 않는 듯한 눈치였다. 경기도에서 그렇게 연락을 했으면 웬만하면 만나 주거나 답신 정도는 했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보기보다 유아(幼兒)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좌파 광풍을 저지하자면 야당끼리 힘을 모아서라도 서울시장 선거에 일단 이기고, 그 다음에 정권의 독주를 견제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은가?
“물론 그럴 수는 있다. 중요한 점은 야당이라고 해서 다 자유민주주의자거나 여당과 싸울 자세가 돼 있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안철수 후보는 박 시장하고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안 후보가 사퇴하지 않고 계속 달리면 불편한 쪽은 제가 아니라 박원순 시장이다. 저는 안 후보가 있든 없든 불편할 게 하등 없다.”
유승민 대표 등 바른미래당 쪽에서 후보 단일화를 요청해 오는 경우엔?
“유승민 대표와 저는 가까운 사이다. 만약 유 대표가 후보로 나왔다면 저하고 만나 단일화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안 후보는 한때 저쪽(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대표도 했으니 뿌리가 저하고는 다르다. 안 후보는 아마 전화도 안 될 것이고, 만나 본들 할 얘기가 별로 없을 듯하다. 제가 문재인 정부 독주를 저지하자고 하면 동문서답(東問西答)할 것 같은 분이다. 이념 성향으로 보면 안 후보는 중도 좌파 정도 되고 저는 우파로 자리매김될 것이다.”

“태극기가 버티느냐, 한반도기가 대신하느냐 싸움”

2011년 당시 서울시장 보궐선거 불출마 입장을 밝힌 안철수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오른쪽)이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포옹하고 있다.

2011년 당시 서울시장 보궐선거 불출마 입장을 밝힌 안철수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오른쪽)이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포옹하고 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탄핵에 찬성하고 촛불집회에 공감하는 국민이 대략 전체의 70% 이상이었다. 평소처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비난하면 득표에 지장을 줄 수도 있지 않겠나?
“득표에 마이너스가 많이 되겠지. 줄곧 태극기집회에 나갔으니까…. 저는 교도소에 가는 한이 있더라도 옳은 것은 옳다고 하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하는 사람이다.”
개인의 신념도 조직의 목표(선거 승리)와 충돌하는 경우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유연하지 않은 게 제 브랜드다(웃음). 저는 유연한 사람이 아니다. 연금도 없고, 굉장히 가난하다. 그래서 같이 일하는 선거사무소 식구들과도 밥 한끼 같이할 형편이 못 된다. 사실 선거에는 나섰지만 엄청 힘들다.”

김 후보는 경기지사 시절인 2010년 9월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당시 보수당인 한나라당의 정치에 대해 “기본적인 혼이 없다” “영혼이 메말라 다 썩은 나무토막 같다”며 질타했다. 나아가 한나라당이 ‘애국심’ ‘애국애민의 혼’이 약하다고 날을 세웠다.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자유한국당은 제자리걸음인 것 같다. 차라리 당을 해체하고 새로운 보수정당을 만들자는 이들도 있다.
“반대다. 자유한국당은 해체돼야 마땅하지만 지금 이 당보다 나은 정당이 없다. 자유한국당이 예뻐서 두고 보자는 게 아니라 이마저도 없으면 자유민주주의, 자유 기업은 누가 지켜 주겠나. 제가 ‘성전’이라는 것도 같은 이치다. 성전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다. 대한민국이 죽느냐 사느냐, 태극기가 버티느냐, 아니면 한반도기가 대신하느냐의 싸움인 것이다.”
여론의 동향에 변화가 감지되나?
“오늘 아침에 들른 교회나 족구 모임, 어제 가 본 경동시장과 재개발 현장에서는 적어도 김문수를 사기꾼으로 보지 않는 것 같았다. 바짝 마르긴 했어도 기성 정치인과는 좀 다르게 봐준다고 할까. 밑바닥에서 바람은 부는 것 같은데…. 김문수라는 새 희망의 싹이 돋을까 말까 하는 순간이다. 나는 거기에 충실하고자 한다. 그 싹이 빨리 자라 우리가 잘하면 승리까지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이 움직임은 그릇되지도, 결코 무의미하지도 않다.”
이런 때일수록 필승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성전’에서 지더라도 우리에게는 미래가 있다. 그러나 얕은수를 쓰면서 살아남고자 도망가다 죽으면 그 자리에는 풀도 안 돋는다. 그런 비겁한 자유민주주의자가 되진 않을 것이다. 설사 죽더라도 장렬하게, 당당하게 죽어야 그 피 속에 새싹이 피어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저 김문수 당선되면 잘할 거다.”

-글 박성현 월간중앙 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 / 사진 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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