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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분쟁 막으려…효도·이혼계약서까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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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0호 15면

‘분쟁없이 자녀에게 물려주기’. 세무사들이 상속·증여 전략을 짤 때 절세만큼 중요하게 꼽는 부분이다. 상속분쟁의 90%가 유류분 다툼이다. 유류분은 특정 자녀에게 재산을 몰아준 경우 다른 자녀가 재산 분배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피상속인 사망 후 가족간 유류분 다툼이 2015년 기준 911건에 이른다. 10년 전보다 5배 가까이 증가했다. 방효석 법무법인 우일 변호사는 “최근엔 부모와 자녀간 증여 갈등을 막는 효도계약서에 이어 이혼을 고려한 부부재산계약서까지 등장했다”고 말했다.

유류분 다툼 10년 새 5배 늘어 #금융사에 맡기는 유언대용신탁 #비용 1000만원 들어도 인기

효도계약서는 민법에 있는 조건부 증여의 일종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매년 5회 이상 부모집 방문, 입원시 병원비 지급 등의 효도 조건으로 재산을 물려준다. 2015년 말 효도계약을 어긴 아들에게 70대 부친이 증여한 재산을 반납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효도계약서를 작성하는 사례가 는 것이다. 방 변호사는 “최근엔 사회적으로 이혼이 늘면서 일부 부자들은 사전 증여할 때 사위나 며느리에게 부부재산계약서를 요구하기도 한다”고 들려줬다. 효도계약서와 비슷한 방식으로 이혼하면 자녀에게 증여한 재산에 대해선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신탁을 택하는 자산가도 증가하고 있다. 신탁은 금융사가 재산을 위탁받아 관리·운용·집행하는 서비스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언대용신탁이다. 신탁자(유언자)가 보험을 제외한 자산을 맡기면 금융회사가 피상속인 생전엔 자산관리를, 사후엔 집행을 책임지는 형태다. 2010년 하나은행의 ‘하나리빙트러스트’를 시작으로 은행과 증권사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배정식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 센터장은 “지난해 상담건수가 300건을 넘을만큼 자산가들의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최초의 상속인만 지정할 수 있는 유언장과 달리 유언대용신탁은 세대 연속 상속이 가능하다. 80대 중반 이모씨는 지난해 남편이 사망한 뒤 현금 10억원과 아파트 2채를 신탁으로 맡겼다. 갑작스레 그가 사망하면 미국에 살고 있는 자녀들이 분쟁없이 재산을 정리하는 게 쉽지 않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녀를 거치지 않고 손자·손녀들이 성년이 되면 학비를 지급한 뒤 결혼하면 신탁계약을 해지하고 남은 재산을 골고루 분배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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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대용신탁은 금융사가 자산 관리부터 집행을 맡기 때문에 편리하다. 단 비용이 비싸다. 일반적으로 첫 계약을 할 때 최소 1000만원을 지불한 뒤 매년 자산관리 수수료를 내야 한다. 수수료는 재산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다. 5억원 기준으로 금융자산은 100만원, 부동산은 300만원이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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