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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림으로 간 '한국 나무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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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동화홀딩스의 말레이시아 법인 동화화이버보드의 생산기술 책임자인 유승락(43) 부장이 가공 목재판 공장의 원목 야적장에서 현지의 원목 수급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주원료인 고무나무 가격이 급등하고 이상기후로 우기가 길어져 목재 회사마다 원목 확보 비상이 걸렸다.

지난 1일 오후 야자수와 고무나무가 빽빽한 말레이시아 닐라이 지역의 인공 조림지에 4륜 구동차 한 대가 힘겹게 들어왔다. 매일 쏟아지는 열대성 폭우로 진흙탕이 된 숲길 위에 검게 그을린 한국인이 내렸다. 목재 전문 기업인 동화홀딩스의 유승락(43) 부장. 그는 현지 법인의 원목 생산기술 책임자다. 최근 중국의 천연고무 소비가 급증함에 따라 고무 값이 크게 오르자 고무나무 벌목이 줄어 나무값이 덩달아 뛰고 있다.

원목과 폐목재를 분쇄한 뒤 압착해 가구용 가공 목판재를 생산하는 이 회사에는 악재다. 2년 전 t당 45링깃(약 1만1800원) 수준이던 고무나무의 가격은 현재 100링깃(약 2만6300원)이 넘었다.

조림지가 있는 곳은 어디든 달려간다는 유 부장은 개발이 덜 된 말레이시아 북동부 지역에서 새 공급처를 물색하고 있다. 그는 "적막한 밀림 속에서 목재를 확보하기 위한 기업들의 전쟁이 소리없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유가 상승과 중국의 목재 수요 급증으로 원목값이 크게 오르자 나무를 원료로 한 국내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 1위인 동화홀딩스도 예외는 아니다. 1990년대부터 판재의 원료에서 폐목재의 비율을 늘려왔지만 재활용도 한계에 부닥쳤다. 건설경기 침체 때문에 폐목재 발생량이 줄었고, 중국산 가공 목재 수입이 늘면서 국내 제재소들이 문을 닫아 자투리 나무도 귀해졌다.

한 해 매출이 4300억원 정도인 중견기업 동화홀딩스가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은 2001년. 해외 인수합병팀을 꾸린 지 2년 만에 찾아낸 곳이 말레이시아다. 동화홀딩스는 2003년 6월 골든호프사의 강화 판재 공장과 가구 공장 지분 70%를 인수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 25만㏊(여의도 면적의 약 35배)의 인공 조림지를 보유하고 있는 골든호프는 최신 판재 공장을 지어놓고도 생산과 운영 기술이 부족해 매년 20억~30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었다.

동화홀딩스 이병언(48) 사장은 "안정적인 원료 공급자와 생산기반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력을 줄이고 공정을 개선한 끝에 회사는 인수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연 10만㎥ 정도였던 생산량은 14만7000㎥로 늘었고, 15%가 넘던 불량률은 3.5%로 줄였다.

생산성이 빠르게 올라간 것은 동화홀딩스의 '동화' 전략이 주효한 결과다. 현지 근로자는 한국에 있는 공장에 보내 원가 절감 노력과 근면성을 몸에 익히게 했고, 우수한 한국 직원을 현지에 파견해 기술을 지도하도록 했다. 이슬람 문화 등 직원의 고유 문화도 포용했다.

말레이시아 사업장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은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뉴질랜드의 강화 판재 공장을 4000만 달러에 사들였다. 전형적인 내수용 목재 기업이 홍콩의 해외사업 지주회사를 축으로 일본.미국 등의 사무소를 포함해 7개국 해외 사업장에서 455명이 일하는 다국적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닐라이=임장혁 기자

*** 바로잡습니다

4월 5일자 E1면 '밀림으로 간 한국나무꾼' 기사에서 '25만㏊는 여의도 면적의 약 35배'라는 계산은 잘못됐습니다. 25만㏊는 2500㎢이므로 8.4㎢인 여의도 면적의 약 300배에 이르는 면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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