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 9시간 스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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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바람 많은 섬 제주도가 4일 바람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항공기 이착륙이 불가능할 정도의 강풍이 불어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루 동안 왕복 212편의 항공기 중 절반이 넘는 114편이 결항하는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날 제주공항 상공에 분 바람은 여느 때 바람과 달랐다. 제주공항기상대는 이 바람을 '윈드셰어(Wind Shear)'와 '마이크로버스트(Microburst)'라고 했다.

'윈드셰어'는 활주로 지상 3~4m의 바람과 상층부인 500~1000m 고도에서 부는 바람이 풍향.풍속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상층부에서 부는 바람이 풍향.풍속을 예측할 수 없는 국지돌풍으로 바뀌면서 바람을 안고 착륙하는 비행기가 최고 초속 30m의 역기류를 뒤에서 맞아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것.

실제로 1994년 8월 제주공항에 착륙하던 대한항공 2033편이 이런 강풍에 밀려 활주로에서 이탈하면서 기체가 폭발하는 사고가 벌어졌지만 다행히 160여 명의 승객이 재빨리 대피해 대형사고를 모면한 적도 있다.

더욱이 이날 제주 상공엔 이런 바람에 더해 마이크로버스트 현상까지 벌어졌다. 항공기 전.후면에 방향이 완전히 다른 바람이 불어 항공기를 위에서 아래로 '찍어 누르는' 강한 하강기류 현상까지 벌어진 것. 공항 관계자는 "그런 바람이 불면 어떤 조종사도 착륙을 시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주공항 상공에서의 이런 현상은 강풍주의보가 해제된 오후 5시까지 9시간 넘게 이어져 예년보다 길었다. 해양성 기후라는 특성 때문에 평소 바람이 많은 제주이긴 하지만 이 같은 국지돌풍은 보통 1~2시간 정도에 그쳤다.

제주항공관리소는 "기압골이 통과할 때 하루 2~3편이 결항되는 정도였는데 이렇게 장시간 지속된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제주공항기상대 송근호 예보사는 "제주지방 북방에 위치하던 온난전선과 남방에 위치하던 한랭전선이 맞닿은 채 팽팽한 상태로 이어져 순간최대풍속 초속 34m의 돌풍현상이 지속됐다"며 "기압골이 통과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 예년과 달리 특이하게 길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제주 노선 항공편이 대거 결항하면서 관광객들이 발이 묶이는 바람에 큰 불편을 겪었다.

양 항공사는 오후 들어 바람이 잦아들자 오후 6시쯤부터 항공편 운항을 재개하는 한편 결항된 항공편을 예약했던 이용객들을 위해 특별기를 운항했다.

제주=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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