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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공화총재 국회연설 요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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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는 이제 대화와 타협, 설득과 납득에 의한 협력과 화합을 기조로 한 민주정치를 정착시켜야 한다. 이러한 인식하에서 국회는 전시대의 비리를 과감히 척결하고 비민주적인 제도나 장치를 대폭 개선해 새로운 정치구조와 기능을 정립해야 한다.
국회의 7개특위구성과정에서 노정된 변질되지 않은 발상이나 당리당략에서 벗어나지 못한 체질등 국민의 빈축을 산 일련의 작태는 마당히 깊은 반성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7개특위는 최선의 활동이 보장되어야 하며 예외나 방해나 부당한 강요가 있어서는 안된다.
5·17세력들은 정의사회구현을 내세우고 표리부동한 힘의 논리로 국가를 사유화한듯한 비리를 저질렀다.
5·18광주항쟁사태가 8년이 지나도록 진상규명을 못한 것도 국회부재의 소치다.
잃었던 명예는 회복되어야 하고 상처는 아물어야하며 아직도 허공에서 방황하는 젊은 고혼들은 달래서 명복을 빌고 증오와 오해를 풀어 화해로 이끌어야 한다.
우리는 최근 사법부의 민주화 의지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지금이야말로 국가의 모든 기관과 사회의 모든 분야와 기능들이 현주소를 냉철하게 확인, 일탈한 위치에서 되돌아가 자기 소리를 다듬어 내는 정돈이 필요하다.
민주주의는 선거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지난 양대선거는 타기할 선거였다.
양대선거를 통해 노골화된 영·호남대립은 국민의 화합을 저해하는 망국적 현상이다.
정부는 공정한 인사행정, 균형있는 지역개발, 모든 기회의 균등으로 꾸준히 노력하고 국회와 정치인도 스스로 노력함은 물론 상호신뢰 회복에 성의를 다해야 한다.
조국통일은 우리 민족의 숙원이며 지상과제다. 그러나 통일이 다소 지연되더라도 또 다시 동족상잔의 비극이 재연돼서는 안된다. 통일문제는 역사걱 배경으로나 현실상황으로 보아 국내문제인 동시에 국제문제다.
국제적 화해·개방의 물결이 세차게 일고 있으나 한 때 있었던 대화의 문호도 닫히고 국제적 환경 역시 성숙되지 못했다. 북한은 해방 후 오늘까지 남침을 자행했던 1인지도체제가 변함없이 계속되고 있어 남북관계 경직의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도 화해·개방의 방향을 지향하리라는 막연한 기대와 판단으로 무계획적으로 통일열망을 행동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은 이해부족에 연유한다.
정부는 일부 국민이 충분한 예비지식 없이 통일에 대한 열의만을 앞세워 과열된 행동을 벌이는 상황은 조정해야 한다.
제5공화국 정부는 무정견한 경제정책으로 일관해 계층간의 구조적 모순과 격차를 더욱 심화시켜 국민경제의 질적 저하를 초래했다. 특히 저곡가의 강요, 무분별한 축산물 수입등 농정의 부재로 농어가의 부채를 누적시키고 농어민의 생계를 압박한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
근로자들이 이제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는데 대화와 타협을 통해 새 시대에 맞는 노사관계가 정립돼야 한다.
정부는 정치적 민주화, 경제적 공정분배, 사회적 복지화를 통해 사회정의의 실현과 사회기강의 확립을 기하고 윤리도덕과 민주시민정신을 진작해 도덕적인 건전한 민주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학생들의 현실참여 주장을 무조건 부정하고 강압하는정부의 태도는 시정해 끊임없는 대화와 설득, 이해와 납득의 과정을 성실히 되풀이하는 노력을 해야한다.
우리는 13대국회가 갖는 참뜻을 겸허하게 되새겨 참다운 민주헌정이 뿌리를 내리는 국회가 되게 하자. 과욕을 부려서도, 전부를 가지려고 해서도 안되며 나누어 갖되 공평하고 공정하게 하자.
눈에 보이는 어떤 성과뒤에는 보이지 않는 불굴의 의지와 노력과 땀의 결정이 있으며 기적은 있을수 없다. 민주화나 통일도 마찬가지다. 물은 낮은데로 흐르고 역사의 수레바퀴는 굴러가게 마련이다. 각자 자기 위치에서 상식과 순리에 따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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