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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운영비 연 11억…자금 출처 추적 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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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주범인 ‘드루킹’ 김모(49·구속)씨와 연루자들에 대한 계좌추적에 본격 착수하며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김씨 등 댓글조작 조직의 운영 자금의 출처를 캐기 위해서다.

경찰 “강연·비누 판매만으론 부족” #수사인력 2배 늘려 계좌추적 착수 #여권서 지원 단서 나올 땐 큰 파장 #바른미래 “대선 때 안철수 시달려” #드루킹·문 캠프 연루 여부 수사 의뢰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17일 “김씨 등이 상식적으로 강연료와 비누 판매 등으로만 운영 경비를 마련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자금 출처 확인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계좌추적 과정에서 김씨 등이 직간접적 교류를 해온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및 일부 여권 인사로부터 일부 경제적 지원을 받은 단서가 나올 경우 파장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사회적 이목을 집중시키는 중대한 사건이라고 판단, 수사팀도 두 배 이상 증원키로 했다. 현재 2개 팀(13명)인데 2개 팀(12명)을 추가로 투입하고 기존 사이버수사 인력에 지능범죄수사대 범죄수익추적수사팀(5명)도 추가 투입한다는 것이다.

이날 이 사건을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일단 지난 1월 17일 오후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네이버 뉴스 기사의 댓글 추천수를 1200여 개 조작한 혐의(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로 드루킹 김씨 등 3명을 구속기소했다.

경찰은 현재 김씨 등 3명 외에 매크로 프로그램을 내려받은 박모(30)씨를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박씨는 김씨가 공동대표로 있던 파주출판단지 내 느릅나무 출판사가 운영한 천연비누업체 대표다. 박씨는 경공모에서 ‘서유기’라는 필명으로 활동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박씨가 댓글조작의 근거지였던 출판사 느릅나무와 경공모 운영 자금의 출처를 알 것으로 보고 이를 추궁 중이다. 김씨는 자신이 주도해 만든 경공모 회원들로부터 강의료를 받아 활동 자금을 충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출판사 공간 임대료만 1년에 6000만원에 달한다. 경공모 1년 운영비만 11억원으로 홈페이지에 나온다. 경공모 회원 A씨에 따르면 출판사 건물 2층에서 매주 토요일 두 시간가량 강의가 진행됐다. 강의 참석 인원은 20~30명이었다. 그는 “강의료는 회당 2만원 정도로 직접 강의를 듣거나 영상을 시청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원 B씨가 제공한 ‘산채 동영상 강의 스케줄’에 따르면 강의는 중국 도교 점술인 ‘자미두수’와 티베트 불교 경전 등에 관한 내용으로 1월 6일부터 매주 토요일 열렸고 총 24회차로 구성됐다. 경찰은 이런 강의 수익과 카페 회원이 주 고객인 비누업체 수익으로는 김씨가 건물과 경공모 운영비를 충당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건물 및 부동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씨는 대리인을 통해 2010년, 2014~2015년 출판사가 입주한 건물 1~3층을 빌려 매달 총 500만원 상당의 월세를 지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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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관계자는 “건물 관리비를 사무실 수만큼 나눠 부담하는데 60만원 내외가 나왔다”며 “여러 사무실을 쓰는 김씨는 매달 그 이상을 부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달 21일 압수수색 때 발견한 휴대전화 170여 대의 구입·유지비, 매크로 프로그램 구입비 등의 출처도 규명할 것으로 보인다.

느릅나무 출판사가 불법 입주한 사실도 이날 확인됐다.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국산업단지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출판사는 공단과 입주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산업집적법에 따르면 산업단지 내 공간을 임대해 사업을 영위하려면 임차인은 공단과 입주계약을 해야 하지만 김씨는 임대업체 사무실 일부만 빌려 사용해왔다. 경찰은 김 의원과 김씨가 의원회관 사무실과 출판사 등에서 최소 다섯 차례 이상 만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만남의 성격과 오간 대화 내용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한편 바른미래당은 17일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해 대선 당시 캠프와 드루킹의 연관성을 밝혀 달라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수사의뢰서에 따르면 드루킹은 2012~ 2017년 자신의 블로그 등에서 “안철수는 부드러운 얼굴 가죽을 뒤집어쓴 이명박일 뿐”(2012년 10월 23일)이라며 이른바 ‘MB 아바타론’을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지난 대선 당시 문 후보 캠프의 전략본부에서 만든 ‘네거티브 대외비 문건’에는 “안철수 후보에 대해 불안·미흡·갑질·부패 프레임 공세를 강화하고 이를 위해 SNS에 집중해서 메시지를 확산하도록 하라”는 지시가 포함돼 있다. 바른미래당은 드루킹이 이 메시지를 작성해 유포한 사람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권은희 바른미래당 댓글조작대응 TF준비단장은 기자회견에서 “(문 후보 캠프의) 이 기획과 불법적인 여론조작의 실행이 하나로 연결돼 이해되는 게 이번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 연루까지도 의심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조속하게 특별검사를 도입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이날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에 대한 검경 수사가 미진하다고 보고 이 사건에 대해 특별검사법안을 발의했다.

송우영·여성국·김경희 기자 song.woo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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