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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해외 플랜트 사업에도 봄은 오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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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최광철 한국플랜트산업협회 회장

최광철 한국플랜트산업협회 회장

지난해 우리 기업의 해외 플랜트 수주 실적은 267억 달러였다. 지난 10년중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던 2016년의 209억 달러에 비하면 어느 정도 반등세를 보이며 청신호를 보여 주었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는 2010년~2015년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달성했던 600억 달러가 넘는 수주실적과는 아직 많은 거리감이 있다. 이런 와중에 지난달 말 문재인 대통령이 베트남, UAE를 올해 첫 순방국으로 다녀왔다. 올해 첫 순방국이 베트남, UAE이라는 점은 우리 플랜트 업계로선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몇 년간 우리 플랜트 기업은 베트남에서 다수의 석탄화력발전소와 정유 플랜트를 성공적으로 수주해 왔다. 앞으로도 베트남은 산업 인프라 확충을 위한 전력·석유제품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기에 우리에게 매우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UAE는 그야말로 한국 시공 프로젝트의 종합 전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0년간 우리 기업 플랜트 수주액이 바라카 원전을 포함해 총 550억 달러에 달할 정도로 큰 시장이다. 그동안 발전, 정유 석유화학 및 담수 등 대부분의 플랜트 분야에 있어 한국 기업이 UAE에서 이루어낸 성과는 그야말로 기술력과 경험이 집약된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한-UAE 정상회담에서 UAE 측은 정유, 석유화학 등의 분야에 협력을 제안했다. 어려움에 직면한 우리 플랜트 업계에게는 극심한 가뭄을 해갈할 수 있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 기회를 살려 지난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직접 민관 전략회의를 개최하고 프로젝트 설명회 및 민관 프로젝트 수주지원 협의체 구성, 사절단 파견 등 빠른 행보를 보이는 것은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플랜트 업계도 프로젝트들이 구체적인 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플랜트 시장은 과거와는 그 양상이 크게 다른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유가는 반등하고 있지만 예측하기 어렵고, 유럽, 미국 등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 더해 중국, 인도 기업도 거세게 우리를 추격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드론 등 4차산업혁명 관련 기술 도입을 통한 생산성 혁신도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이렇듯 급격한 생태계의 변화 속에서 개별 기업의 역량과 노하우만으로 버티기에는 점점 힘이 부쳐가고 있으며, 이제 정부와의 공조는 필수적인 사항이 되어가고 있다. 이번 베트남, UAE 순방에서 논의된 내용도 정부·기관·기업이 하나의 ‘코리안 패키지’ 형태로 힘을 모아야만 이룰 수 있는 성과이다. 그렇게 된다면 머지않아 성과가 있을 것이고, 이는 수주 반등의 시발점이 될 터다.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해외 플랜트 산업의 봄’이 다시 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최광철 한국플랜트산업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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