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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핀테크 한류를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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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강임호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강임호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지난 1월 바둑 인공지능(AI) 대회에서 한국의 ‘돌바람’이 일본 ‘딥젠고’를 3승 1패로 이겼다. 돌바람은 1인 기업 제품이고, 딥젠고는 일본 도쿄대, 일본기원이 소프트웨어사 드왕고와 공동 개발한 제품이다. 이러한 한국인의 IT 능력은 젊은이들에게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구의 한 전문대는 지난 10년간 대학졸업자도 입사하기 어려운 일본의 소프트뱅크에 15명을 취업시켰다.

이런 잠재력을 폭발시켜 현실화하는 방법은 뭘까. 바로 젊은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인구 532만 명의 노르웨이가 종합 1위를 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13세 전까지 어린이 스포츠경기에서 기록을 측정하지도 않고 순위를 매기지 않는 정부의 규칙 때문이라고 한다. 점수판을 없애고 몸무게와 키를 묻지 않기 때문에 스포츠를 진심으로 즐기고 좋아하는 선수들이 많아진 것이다. 젊은이의 기량을 부담 없이 펼칠 수 있는 환경이 성공으로 이어지는 예는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 기업에서 찾을 수 있다. 애플(1위)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애플컴퓨터를 처음 만들었을 때가 21살,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동업하여 구글(2위)을 만들었을 때는 둘 다 23살이었다. 빌 게이츠는 20살 때 마이크로소프트(4위)를 만들었다.

최근 핀테크에 대한 관심은 크게 굴절돼 암호화폐 투자 열풍으로 나타나고 있다. 20~30대가 주도하지만 고등학생과 주부도 뛰어들었다. 암호화폐 개발자를 자처한 고등학생 네티즌은 기존 비트코인 보유자에게 새 암호화폐를 나눠주겠다고 해, 비트코인 가격이 일시적으로 15% 상승했다. 그러나 나중에 사기로 드러나면서 가격은 폭락했다. 이 고교생 나이라면 프로그래밍을 열심히 배운 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에 도전할 수 있다. 암호화폐를 사서 가격이 올라가기를 기다리며 애태우지 말고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워 자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방탄소년단, 엑소처럼 최근 한류를 주도하는 아이돌은 수많은 경쟁 끝에 살아남은 소년들의 모임이다. 수많은 젊은 연습생들이 매일 최선을 다해 연습하고 경쟁해온 결과다. 연예기획사가 한류 엔터테이너를 길러내듯, 젊은 사람들의 관심을 IT로 돌리고 직접 컴퓨터 네트워킹 및 프로그램을 배울 기회를 어릴 때부터 부여한다면 핀테크 한류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정부가 올 초 ‘핀테크 활성화’를 8대 혁신성장 선도사업의 하나로 선정했고, 금융위원회는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을 제정해 혁신적 금융서비스에 대해 시범 인가 및 개별규제면제 등 특례를 추진하기로 했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관심 있는 젊은이라면 핀테크 창업을 통해 자신의 꿈을 추구해 보기를 바란다.

강임호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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