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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상승률 8900% 베네수엘라, 월급으로 계란 한판도 못 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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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을 사기 위해 길게 줄 서있는 베네수엘라 사람들. [AP통신]

식량을 사기 위해 길게 줄 서있는 베네수엘라 사람들. [AP통신]

남아메리카에 위치한 베네수엘라의 올해 1분기 물가상승률이 454%를 기록했다. 지난 1년 간 물가상승률은 8900%에 달한다.

베네수엘라 국회가 11일 밝힌 바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은 454%였고, 지난 12개월간의 물가상승률은 8900%였다. 통상 ‘초인플레이션’ 가늠 여부는 물가상승률 50%가 기준인데, 3월의 물가 상승률만 해도 67%에 달했다.

베네수엘라의 평균 월급은 130만 7000 볼리바르다. 암시장에서는 6달러 3센트 정도의 가치다. 이 돈으로는 달걀 10개짜리 두 통, 옥수수죽 가루 1kg, 파스타 한 통 정도를 살 수 있다. 혹은 우유 2리터, 참치 4캔, 빵 1개 정도를 살 수 있는 돈이다. 현재 식량 부족으로 굶어 죽는 아이들이 생겨나고 있고, 돈이 있다 하더라도 충분한 식량을 살 수 없는 상황이라고 외신은 전한다.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의 한 식료품점. 선반이 텅 비어있다. [AP=연합뉴스]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의 한 식료품점. 선반이 텅 비어있다. [AP=연합뉴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의 석유 보유량을 갖고 있고, 한때는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였다. 그러나 최근 국제유가 하락 및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베네수엘라 화폐의 가치는 끝없이 떨어지고 있다.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식품·생필품 부족 등 생활고를 겪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의약품 수입이 불가능해지는 바람에 보건의료체계도 사실상 마비되었다고 전해진다. 지난 9일엔 수도 카라카스에서 보건의료 시스템 마비를 규탄하는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뭘 사기에도 돈이 모자란다’ ‘모든 것이 지나치게 비싸다’가 최근 베네수엘라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이다.

지난 9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우리는 살고 싶다'는 문구를 들고 거리에 나선 베네수엘라 국민들. 의약품 수급 중단에 따른 의료시스템 마비를 규탄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지난 9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우리는 살고 싶다'는 문구를 들고 거리에 나선 베네수엘라 국민들. 의약품 수급 중단에 따른 의료시스템 마비를 규탄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오는 6월에 화폐 ‘볼리바르’에 대해 1/1000 수준의 화폐개혁이 있을 예정이지만, 2013년에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집권 이후 달러 대비 현 화폐 볼리바르의 가치가 99% 이상 하락한 상황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 정부의 엄격한 통화·물가 통제를 극심한 물가 상승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정부가 최근 2년 동안 물가상승률과 국내총생산(GDP) 관련 자료를 일절 공개하지 않는 가운데 지난 12개월 동안 통화 공급량이 2천900% 증가했다고 한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정부는 살인적인 물가상승과 생필품 부족현상이 미국과 야권, 기득권층이 정부를 전복시키기 위해 벌인 ‘경제전쟁’ 탓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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