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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시간을 설레게 만드는 비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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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민철의 마신(마케팅의 神)(5)

우리는 어디든 가면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기다리는 시간에 대한 감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지루함과 설렘.

손님이 줄 서서 기다리는 시간을 지루함이 사용하게 내버려 둘 것인가, 아니면 설렘에게 사용하게 할 것인가? 업주 입장에서는 당연히 후자인 설렘에게 사용하게 할수록 유리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업주는 이를 간과하고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오늘 소개할 이야기는 바로, 이 기다리는 시간을 ‘어떻게 설레게 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우리가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더라도 손님은 기다리게 된다. 다만 그 기다리는 시간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제품 원래의 속성에 더해진 기대감을 갖게 할 수 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슈렉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줄을 서면, 여러 가지 장치를 이용해 놀이기구에 얽힌 스토리텔링을 들려준다. [사진 김민철]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슈렉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줄을 서면, 여러 가지 장치를 이용해 놀이기구에 얽힌 스토리텔링을 들려준다. [사진 김민철]

미국 LA에 있는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바로 이 부분을 극대화한 대표적인 예이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슈렉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줄을 서면, 여러 가지 장치를 이용해 놀이기구에 얽힌 스토리텔링을 들려준다.

“여러분, 지금 슈렉은 피오나 공주를 구하러 온 길이에요. 오 슈렉이 소리를 치네요~” 설명이 끝나기가 무섭게 실제 슈렉이 소리를 지르는 음성이 들린다.

이렇게 줄을 서는 동안 실제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릴 수 있게끔 스토리텔링을 하고, 실제 놀이기구를 타게 되면 슈렉의 한 장면과 오버랩되면서 흡사 영화의 한 장면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혹자는 이런 의문을 품을 수도 있다. ‘그런 마케팅은 자금이 많아야 가능한 것 아닌가?’ 아니다. 간단한 방법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소문난 맛집에 가면 손님이 줄을 서는 동선대로 '이 집의 역사', '맛에 대한 고집', '우리 음식을 맛있게 먹는 법' 등의 스토리텔링이 벽에 붙어 있다. [사진 김민철]

소문난 맛집에 가면 손님이 줄을 서는 동선대로 '이 집의 역사', '맛에 대한 고집', '우리 음식을 맛있게 먹는 법' 등의 스토리텔링이 벽에 붙어 있다. [사진 김민철]

실제로 소문난 맛집에 가면, 손님이 줄을 서는 동선대로 벽에 어떤 사진들을 붙여놓은 곳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집의 역사’, ‘맛에 대한 고집’, 그리고 제일 중요한 ‘우리 음식을 맛있게 먹는 법,’ 이것이 바로 벽을 이용한 스토리텔링이다.

가게 벽을 이용, 고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라

이런 장치는 해당 서비스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감을 극대화하도록 만든다. 맛에 대해 상상하게끔 하고, 기다리는 시간 동안 설레게 한다.

특히 ‘어떻게 먹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맛있게 먹는 방법을 추천하는 것을 넘어, 맛에 대한 강렬한 기대감을 형성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 그 맛에 집중하게 해 그냥 먹는 것보다 더 맛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서울 청담동 음식점 ‘그래머시 홀’. 쇼윈도에 식재료를 쌓아두고, 그 재료로 요리하는 모습을 고객들에게 보여주면서 음식을 판다. 이 음식점의 마케팅 전략 포인트는 ‘식재료에 대한 자신감’이다. [중앙포토]

서울 청담동 음식점 ‘그래머시 홀’. 쇼윈도에 식재료를 쌓아두고, 그 재료로 요리하는 모습을 고객들에게 보여주면서 음식을 판다. 이 음식점의 마케팅 전략 포인트는 ‘식재료에 대한 자신감’이다. [중앙포토]

또 다른 경우도 있다. 바로 만드는 과정을 밖에서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역시 이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기다리는 동안 뇌에서 많은 상상을 하게 만든다.

비단 식당만 그런 것이 아니라, 상담이 필요한 모든 곳은 사람들의 눈이 닿는 곳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기다리는 1~2분, 그 짧은 순간에 뇌는 많은 정보를 스캔해 담는다. 서비스하고자 하는 제품에 대한 여러 정보를 깔끔하게 정리해 벽에 걸어 두는 것만으로도 소비자는 많은 자극과 상상력을 가지게 된다.

여러분의 가게 혹은 상담실의 벽을 마냥 지루하게 내버려 두었는지, 아니면 기대감과 설렘을 위한 장치를 마련해 두었는지 생각해보길 바란다.

기다리는 시간을 설레게 하라.

김민철 야나두 대표 01@saengsang.com

비트코인의 탄생과 정체를 파헤치는 세계 최초의 소설 '누가 사토시 나카모토를 죽였나' (http:www.joongang.co.kr/issueSeries/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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