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제 있는 문화계 人選 심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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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한달여 동안 파열음을 그치지 않았던 국립국악원장이 6일 임명됐다. 그러나 임명 하루 전까지 내정자의 임명 철회를 요구하며 강력히 반발했던 전국대학국악과교수포럼이 내부적으로 행정소송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불씨가 쉽게 사그라질 것 같지 않다.

우리는 이번 사태의 진원이 심사위원 선정을 둘러싼 의혹이었다는 점에서 문화관광부의 뼈를 깎는 자성과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촉구한다.

정부가 임명하는 문화계의 이런저런 자리의 인선은 김대중 정부 이후 대부분 공개모집으로 바뀌어 있다. 인선과정의 투명성을 담보하는 이 제도가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심사위원의 공정성 확보가 관건임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국립국악원장 심사위원 선정을 둘러싼 의혹은 문화부의 '둘러대기 식' 답변으로 오히려 공정성의 의혹만 가중시켰을 뿐이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지금까지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해 문예진흥원.한국영상자료원.방송광고공사.현대미술관 등 여러 문화부 산하 기관장들이 임명됐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입법예고 중인 문예진흥위원회를 비롯해 향후 4년여 동안 문화관광부 소속 기관과 산하 단체장 인선이 줄을 잇고 있다. 문화부는 계속될 문화계 인선에서 잡음이 일지 않도록 심사위원 선정 과정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우리는 문화계 인선이 양분법적 시각으로 갈등과 대립을 빚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문화계 전반을 예총과 민예총으로 가르고 싶어하는 유혹에 빠지는 것은 결코 우리 문화의 경쟁력 제고에 보탬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문화계 내부가 이 문제로 편이 갈려 소모적 대립에 빠지느냐, 그렇지 않으냐는 것은 전적으로 기관장 등 책임을 맡은 이들에게 달려 있다. 문화계 일각에서 일고 있는 이런 의혹의 기저는 문화계 지원이 공정하게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는 데에 있다.

문화부는 이런 의혹을 없애야 할 책임이 있는 만큼 산하기관들의 운영을 철저히 감독해 편파적 지원 시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