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CIA·北정찰총국 접촉설…트럼프·김정은 백채널 가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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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백 채널’, 정상회담 놓고 실무회담으로 이어지나 

미국이 북한과 비공개 채널(백 채널ㆍback channel)을 통해 여러 차례 접촉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양측이 정상회담을 열기 위한 실무 협상에 돌입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연합뉴스]

미국 CNN 방송은 7일(현지시간) 북한의 뉴욕대표부와 미국 국무부 채널 이외에 제3국에서 양측이 접촉했다고 전했다.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이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 후보자가 이끌던 CIA와 북한의 정찰총국 라인이 가동됐다는 소문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과 북한의 접촉 사실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월에 북·미 정상회담을 열겠다고 밝혔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조만간 실무 접촉이 진행돼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8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미 특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5월에 북·미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밝혔다.

정상회담을 위해선 의제 못지않게 일정 등을 협의해야 하는데 사전 실무접촉이 필요한 부분이다. 양측이 백 채널을 통해 협의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진전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다. 때문에 촉박한 회담 일정과 미국 국내의 라인 조정 상황상 이르면 이번 주부터 양측의 접촉이 공식적으로 속도를 낼 가능성이 제기된다.

존 볼턴 신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AP=연합뉴스]

존 볼턴 신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AP=연합뉴스]

다른 정부 당국자는 “존 볼턴 신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9일 업무를 시작하고, 폼페이오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12일 예정돼 있다”며 “미국도 북한과의 정상회담에 바짝 신경을 쓰고 있어 시스템이 정비된 직후 북한과 공식 협의를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미국 내 컨트롤 타워가 없는 상황에서 진행한 백 채널 접촉이 실무접촉, 실무회담 등으로 격상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국무장관에 내정된 마이크 폼페이오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워싱턴 AP=연합뉴스]

미국 국무장관에 내정된 마이크 폼페이오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워싱턴 AP=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달 5일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단에 비핵화 의지를 표명한 데 이어 중국을 방문(지난달 26일)해 북·중정상회담을 통해 그간 소원했던 북·중 관계를 복원시켰다. 또 지난달 중순 스웨덴을 찾았던 이용호 외무상은 9일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다. 정부 당국은 최근 북한의 이런 외교적 잰걸음이 남북, 북ㆍ미 정상회담을 앞둔 지지세력 확보와 회담 장소를 물색하려는 차원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평양을 회담 장소로 선호하고 있지만, 워싱턴이나 스웨덴 스톡홀름, 러시아, 한국(판문점 또는 제주) 등이 개최지로 거론되고 있다. 최근 몽골도 장소를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미국이 북한과 정상회담 의사를 밝힌 지난달 8일 이후 한 달간 북한은 언론을 통해 양국 정상회담과 관련한 일체의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연일 거친 표현을 동원해 미국과 일본을 비난하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최근 들어 비난 수위를 낮추거나 아예 비난 기사를 싣지 않는 모습도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모든 게 유동적인 만큼 아직 주민들에게 알릴 상황이 아니라고 북한 당국이 판단하는 것 같다”며 “북한도 미국과 정상회담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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