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은 개혁되고 있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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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소련의 국가원수는 국회의장격인 연방최고회의 간부회의 의장이다. 헌법상 간부회의는 법률을 제정하고 수상과 각료를 임명하며 행정을 지휘, 감독할 권한을 갖는다. 간부회의(presidium)의장은 외교사절의 신임과 접수를 포함하여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당이 실권을 장악하여 간여하고 있기 때문에 간부회의는 단순한「통과절차」가 돼있다. 전외상「그로미코」가 의장으로 있는 이 간부회의를 「고르바초프」가 「고무도장」으로 묘사한 것은 그런 유명무실 때문이다.
「고르바초프」는 지금 간부회의를 강화하여 헌법에 보장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개혁코자 하고 있다.
최근 소련이 공산당 임시전당대회를 연것은 전반적인 개혁정책 추진을 위한 것이지만 그 핵심은 간부회의 지위향상 등 통치작용의 강화다. 이를위해 「고르바초프」는 세가지 원칙 위에서 권력을 재조정하려하고 있다.
첫째 원칙은 공산당의 약화다. 「고르바초프」는 야당허용을 거부함으로써 공산당의 유성은 유지하되 그 권한이 지나쳐 정책수행이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둘째 원칙은 집행부의 강화다. 이것은 공산당 약화의 대안이다. 「고르바츠프」는 당의 행정부간여를 줄이고 그 역할을 간부회의의장이 맡도록 개혁코자한다.
셋째는 행정의 효율화다. 이것은 정책결정과 정책집행을 연결시켜 당이 정한 정책들이 집행부에 의해 효율적으로 수행케 하려는 것이다.
소련을 포함한 대부분의 공산체제국가의 통치조직은 정책결정기구로서의 당과 정책집행기구로서의 정부로 이원화돼 있다. 정부는 입법기관(최고회의)과 행정기관(내각)으로 구성된다.
이 이원적인 통치조직은 서로 대칭적인 기구를 가지고 있다. 즉 당의형식상 최고의결기구인 중앙위에 해당하는 정부기구로 연방최고회의가 있다. 당의 정치국에 해당하는 것이 간부회의이고, 서기국에 해당하는 것이 내각이다.
「고르바프」는 이번 임시 전당대회 연설에서 명백히 밝히진 않았지만 자신 또는 그 직계의 개혁파 인물이 강화된 간부회의 의장직을 맡아야할 필요성을 시사했다.
이같은 「고르바초프」의 구상은 1차적으로는 그의 개혁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려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개혁」과 「개방」으로 상징화돼있는 「고르바초프」의 혁신정책은 당내 보수파들에 의해 강력한 저항을 받고 있다. 따라서 그는 당의 반발세력을 피해 직접 정부기구를 지배하여 그의 개혁을 추진코자 하는 것이다.
기구개편의 또다른 목적은 「고르바초프」의 권력강화다. 그는 당을 완전히 장악치 못하고 있는 개혁파세력을 강화하기 위해 집행부의 최고권력 기구인 간부회의를 장악할 필요를 느낀 것이다. 이것은 그의 개혁정책 추진과 권력강화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함께 잡는 조치다.
이번 전당대회는 「고르바초프」의 계획을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두가지 정당성 때문이다.
당내의 반개혁파가 강한 것은 사실이나 그들이 간부회의 의장을 경선으로 선출해야한다는 그의 당내 민주주의 확대주장과 정체된 소련사회는 강력한 혁신없이는 발전시킬 수 없다는 개혁주의 정책이 갖는 명분을 누르지는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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