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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심’ 어깨띠까지…"대통령 이름만 써도 여론조사 10% 올라"

중앙일보

입력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을 때 선거를 치르면 여당 후보들은 ‘후광효과’를 노리곤 한다.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들에게서도 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앞세워 자신을 홍보하는 등 이른바 ‘문재인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어서다.

무상복지·무상보육과 같은 굵직한 정책 이슈가 사라지고, 문 대통령이 7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어서 다른 어느 때보다 후보와 대통령의 ‘친밀도’는 중요한 기준이 됐다. 민주당에선 서로가 문 대통령의 적자(嫡子)라고 주장하고 있다. 거의 모든 후보가 문 대통령과 인연이 깊다거나 자신이 당선돼야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도울 수 있다고 내세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최재성 전 의원이 지난달 29일 ‘문재인의 복심’ 어깨띠를 두르고 서울 송파을 지역을 도는 모습 [페이스북 캡처]

더불어민주당의 최재성 전 의원이 지난달 29일 ‘문재인의 복심’ 어깨띠를 두르고 서울 송파을 지역을 도는 모습 [페이스북 캡처]

‘복심’ 어깨띠에 “낡은 정치” 비판

지방선거와 함께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치르는 서울 송파을 지역구에선 민주당 후보 자리를 놓고 ‘복심’ 논쟁이 벌어졌다. 문 대통령의 측근으로 통하는 최재성 전 의원이 지난달 29일 ‘문재인의 복심’이라고 적힌 어깨띠를 두르고 지역구를 돌면서다. 당 공천을 놓고 경쟁하는 송기호 변호사는 지난 4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 비판에 나섰다. 그는 “복심(腹心)은 불공정이다. 스스로 ‘대통령의 복심’을 자처하는 낡은 정치는 안 된다”고 직격했다.

서울 송파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최재성(왼쪽) 전 의원과 송기호 변호사 [중앙포토]

서울 송파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최재성(왼쪽) 전 의원과 송기호 변호사 [중앙포토]

친문들의 대결 양상을 보이는 광주시장 민주당 경선도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곳은 윤장현 현 시장이 지난 4일 불출마를 선언한 뒤 이용섭 전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강기정 전 의원, 양향자 전 최고위원 등 이른바 ‘친문 3파전’ 양상이 됐다.

광주에선 ‘문심 독점’에 반발

‘민주당 공천=당선’이라는 공식이 성립될 가능성이 크다보니 이미 ‘문심(文心)’ 논란이 벌어졌다. 이용섭 전 부위원장이 지난 2월 13일 출마 선언을 할 때 “‘(문 대통령이) 일자리 기반 마련하느라 고생 많았다’, ‘(일자리위를 그만 두고 지방선거에 나간다는 우려에) 괘념치 말고 준비 잘해서 뜻을 이루기 바란다’는 당부를 했다”고 밝히자 민주당 안팎의 경쟁자들이 일제히 비판한 일이 있었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이재명 전 성남시장과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통하는 전해철 의원이 맞붙은 경기지사 경선에서도 ‘문 대통령과의 거리’는 주요 변수다. 최근 민주당 소속 경기도의원 66명 중 53명이 전 의원을 공개적으로 지지 선언한 건 양측의 충돌을 심화시켰다.

이 전 시장은 “상층 중심이 아닌 바닥 위주의 정치를 배웠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고 싶다. 몸을 뺏으면 진짜 마음을 주나. 몸을 뺏기면 마음이 떠난다”며 친문계의 ‘세몰이’에 불쾌감을 표시했고, 전 의원 측은 “성적 희롱”이라며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가 되기 위해 지난 2일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에 면접을 보러 온 이재명·전해철·양기대 예비후보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가 되기 위해 지난 2일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에 면접을 보러 온 이재명·전해철·양기대 예비후보 [연합뉴스]

“경력에 ‘문재인’ 들어가면 10% 올라”

문 대통령과의 직·간접적인 인연이 민주당 지지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큰 영향을 끼치는 만큼 공천 여론조사 방식도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4일 비공개 회의에서 경선 여론조사를 할 때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경선 후보의 경력을 소개할 때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비서관’이란 표현 대신 ‘19대 대통령의 청와대 비서관’으로 안내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추미애 대표는 즉각 “결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을 김현 대변인을 통해 전달하기도 했다.

당내에선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정성호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은 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내 경선할 때는 적정한 후보자를 뽑기 위해서는 공정해야 되기 때문에 편견을 줄 수 있는 표현을 안 쓰는 게 좋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론조사 때 경력에) 문 대통령 이름이 들어가면 (지지율에) 10~15% 정도 차이가 있다는 조사들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친문과 비문의 과열 경쟁이 결국 민주당에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을 도왔던 경력을 강조하려는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지나치게 강조하는 건 오히려 문 대통령에게 폐가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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