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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 받을 생각도, 야권 연대도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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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최민우 기자 중앙일보 정치부장
안효성 기자 중앙일보 기자

서울시장 출사표 던진 안철수 인터뷰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은 5일 ’야권 대표선수인 저에게 표를 모아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이 싱크탱크 미래 회원들과 손도장으로 만든 벽면 앞에서 자신의 손도장 에 손을 올려놓고 있다. [최승식 기자]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은 5일 ’야권 대표선수인 저에게 표를 모아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이 싱크탱크 미래 회원들과 손도장으로 만든 벽면 앞에서 자신의 손도장 에 손을 올려놓고 있다. [최승식 기자]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이 서울시장 출마선언 후 5일 중앙일보와 가진 첫 언론 인터뷰에서 선거에 임하는 소회를 밝혔다. 안 위원장은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당시에는 (나는) 제대로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고 생각해 조금 더 준비된 분(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기회를 주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며 “지금 제가 나선 게 (당시 양보에) 책임을 지는 자세”라고 말했다. 박 시장에 대해서는 “7년간 변화를 만들지 못했는데 4년 더 한다고 달라지겠나”라며 “커다란 변화를 만드는 건 사람마다 근본적 능력이 다르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로 유력한 김문수 전 경기지사에 대해선 “서울에서 탄핵반대 집회에 참여했다고 (시장) 자격이 있나. 서울 시민에 대한 모욕”이라며 “야권연대는 없다”고 일축했다.

4월 4일 출마한 건 사즉생 각오 #2011년 의지 강한 박원순에 양보 #서운함 없지만 7년간 뭘 했는가 #책임감 느껴 직접 나서게 된 것 #김문수 공천은 서울시민에 모욕 #야권대표인 나에게 표 몰릴 것 #다당제 씨뿌리려 바른미래당 창당 #차기 대권? 시장 당선이 최우선

‘바꾸자, 서울! 혁신경영 안철수’를 선거 구호로 내건 안 위원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서울의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졌다. 스마트 도시를 지향하겠다”고 말했다.

출마 선언일로 4월 4일을 택한 이유는.
“어쩌다 보니 날짜가 그렇게 됐는데 의도보다 좋은 해석을 해주는 분들이 많다. 우선 4월 4일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일이다. 이에 앞서 4월 1일은 애플 창업일이었고, 부활절이었다. 무엇보다 동양에서 숫자 4는 죽을 사(死)로 보기도 하니, 그만큼 죽을 각오로, 사즉생의 심정으로 선거에 임한다는 의미다.”
목숨까지 걸 만큼 위기인가.
“당이 어렵다. 바른미래당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야권 전체로도 쉽지 않은 선거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이 어렵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가 힘들어 한다. 체감경기는 싸늘하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세계 평균에도 못 미친다.”
사즉생이라면 본인의 정치생명도 걸었다는 뜻인가.
“나는 도구다. 우리나라를 위해, 서울시를 위해, 내가 몸담은 정당을 위해 언제든 한 몸 던질 각오다.”
시간을 7년 전으로 돌려보자. 당시 지지율 39.5%의 안철수는 50분 독대 후 고작 지지율 3%의 박원순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한다. 무슨 일이 있었나.
“(독대는 아니고) 각자 지인을 한명씩 데리고 나와 네명이 같이 만났다. 그때 만나서 확인하고 싶었던 부분은 (박 시장이) 얼마나 출마 의지가 있는지였다. 나보다는 준비가 돼 있다는 판단하에, 그렇다면 기회를 주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 ”
2011년의 안철수는 출마 의지가 약했나.
“1000만 도시를 경영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지금은 강한가.
“ 나는 기본적으로 의학·IT·교육 등 여러 직업을 거쳤다. 7년 전 정치권에 입문하고는 정당을 만들고, 총선을 치르는 등 여러 정치적 경험을 했다. 이젠 정치적 자산과 돌파력·추진력 등을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그럼 이제 ‘아름다운 양보’를 되돌려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양보받아 뭘 해보겠다는 생각 없다. 누가 서울시 비전을 갖고 있으며, 이를 실현할 수 있는지 시민들이 판단할 것이다. 인간적인 서운함? 그런 거 없다.”
박원순 시장의 7년 시정은 어땠나.
“무리 없이 서울시정을 이끌었다. 하지만 정말 필요한 변화는 없었다. 그 사이 다른 해외 경쟁 도시들은 훨씬 앞서갔다. 서울의 글로벌 경쟁력은 굉장히 떨어졌다. ”
무엇이 부족했는지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선거운동 하면서 하나씩 말해야지, 한꺼번에 다 까면 앞으로 무슨 얘기를 할 수 있겠나. (웃음) 음… 이를테면 재난예방시스템을 보자. 사고가 터지면 빨리 가서 복구하는 게 과거 방식이다. 이제는 어느 수도관이 노후화돼 파열될 확률이 높은지, 어느 도로에 구멍이 생길 것인지 등을 빅데이터를 통해 예측하고, 미리 보수해 사전에 사고 가능성을 낮추는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 서구 선진국 도시의 모델이자, 이런 게 생활 속 4차 산업혁명이다.”
박 시장이 서울시정을 잘못했다면 그건 결국 안철수의 양보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사람 보는 안목이 없었다는 것으로 들린다.
“그래서 내가 (서울시장으로) 나서는 거다. 그때는 (박 시장이)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는데, 지금 내가 나서는 게 책임지는 자세라고 생각했다.”
양보를 이제라도 책임지겠다?
“그렇다. 박 시장이 7년간 하지 못한 일을 4년 더 임기 보장받는다고 할 수 있겠나. 이제 박 시장은 필요한 변화를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한다. 커다란 변화를 만드는 건 사람마다 근본적 능력이 다르다.”
한때 안 위원장의 멘토였던 윤여준 전 장관은 ‘아름다운 양보가 아니라 가족의 반대 때문에 못 나선 것’이라고 했다.
“어떻게 하든 폄하하려는 정치적 공격은 항상 있다. 반대로 묻고 싶다. (가족의 반대가 있든 없든) 그건 양보가 아니라 무엇인가. 거듭 밝히지만 2011년 불출마로 결심을 굳힌 건 시민운동가 박원순과의 만남 이후다.”
자유한국당 후보로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데.
“확정되지 않아 조심스럽지만, 만약 공천이 된다고 하면 서울 시민에 대한 모욕이다. 김 전 지사는 지금 대구시민이다. 서울과 어떤 연고가 있는가. 서울의 문제점, 서울시민의 애환, 이런 것에 대한 고민이 있는가. 단지 서울에서 태극기·탄핵반대 집회에 참여했다고 후보 자격 주어진다? 그 정도가 한국당의 기준인가 보다.”
1여 2야 구도인데, 야권연대는 없나.
“출마하며 분명히 밝혔다. 안철수는 야권대표선수라고. 야당 후보가 엇비슷하다면 모르겠지만, 압도적으로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유권자들도 표를 모아줄 것이다.”
지난 대선 때도 후보 단일화 없이 중도 보수층의 전략적 선택을 유도했지만 결국 실패하지 않았나.
“그때랑 매우 다르다. 일단 유승민 대표와 나는 합쳐서 같은 당이 됐다. 또한 한국당에서 누가 나온다 해도 극우적인 표도 다 못 얻을 것이다. 왜냐하면 서울시장이란 자리는 시민들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이념적 스펙트럼이 아니라) 시민의 안전 등 생활적인 부분이 더 중요한 기준이기 때문에 대선(의 선택 기준)과 다를 것이다.”
여당에선 박 시장, 박영선·우상호 의원 3파전이다. 누가 올라오는 게 편한가.
“누가 후보가 되더라도 내가 가진 비전과 능력에서 확실하게 차별화할 수 있다.”
여당에선 안 위원장에게 ‘서울시장 자리를 대권 디딤돌로 이용하지 말라’고 한다.
“지금 어려운 여건에서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당선되면 서울 혁신이 목표다. 그 일을 제대로 못 하면 그 다음은 없는 거다.”
그래서 차기 대선에 출마하나 안 하나.
“가정에 가정을 또 얹은 질문이다.”
7년 전 정치에 입문하면서 내세웠던 안철수의 새정치는 여전히 유효한가.
“나의 초심은 그대로다.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는 국민의 열망은 더 높아졌다. 돌이켜보면 (정치 시작한 이후로) 하나씩 변화됐다. 대표적인 게 다당제다. 지난 총선 전만 해도 다당제가 뭐고 왜 필요한지 다수의 국민은 잘 알지 못했다. 양당 선호가 훨씬 높았다. 하지만 이제는 여론조사에서도 다당제 선호가 압도적이다. 나름대로 한국 정치 변화에 공헌했다고 자부한다.”
다당제를 지향한다면서 국민의당-바른정당 합당은 모순 아닌가.
“합당 안 했으면 양당제로 회귀했을 거다. 현행 선거제는 양당제를 위한 제도다. 양당제에 유리한, 승자독식 소선거구제에서 제3당은 끊임없이 외연을 확대해야 하고, 그걸 멈추는 순간 3당은 사라진 채 기득권 양당에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다. 한국의 정치사가 그걸 입증해 왔다. 다당제를 지키기 위해 바른미래당을 창당한 것이다.”
창당 이후 당 지지율은 더 떨어졌다.
“그래서 내가 출마한 거다. 본격적으로 바른미래당을 알리고, 왜 통합했는지를 전파하기 위해서다.”
7년 전 양보한 탓에 빨리 갈 수 있었던 길을 너무 돌아왔다고 생각하지 않나.
“예전에 영국 전 총리를 만난 적이 있다. 그분 말씀이 처음 총리가 됐을 때는 인기가 하늘을 찔렀는데, 대신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고 한다. 반면에 10년 정도 총리를 하고 나니 경험이 쌓여 경륜·판단력이 최상이었는데 이번엔 인기가 바닥이라 그만두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웃음) 그렇게 경험과 대중적 지지는 꼭 비례하는 게 아니니….”
7년 전 시장이 됐으면 잘하지 못했을 것이란 뜻인가.
“역으로 이제는 시행착오를 하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마지막으로 ‘안철수 시장의 서울’을 묘사한다면.
“따뜻하고 안전한 도시다. 일부 단체에만 예산이 돌아가진 않으며, 선심성·전시성 예산에 한 푼도 낭비하지 않겠다.”

시장 후보 첫 행보는 구의역 방문

안철수 위원장은 5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를 마친 후 첫 행보로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을 방문했다. 구의역은 지난 2016년 5월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던 19세 김모군이 열차에 치여 숨진 곳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재임 기간 벌어진 사건 현장을 찾아 박 시장의 안전정책에 대한 견제구를 날리기 위함이다.

안 위원장은 김군이 숨진 플랫폼을 방문해 헌화를 하고 전문가와 함께 지하철 안전 문제에 대한 토론을 했다. 안 위원장은 박 시장의 안전 정책에 대해 “안전에 충분한 투자나 관심, 새로운 기술 도입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며 “앞으로 저는 미세먼지 줄이기를 포함해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구의역 사고에 대해 “청년 실업, 비정규직, 안전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많은 문제가 겹쳐서 이러한 일이 발생한 것”이라면서 “안전한 서울 만들기가 저의 가장 중요한 비전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서울시정 중 무엇이 부족한가”라는 질문에 “선거운동을 하면서 하나씩 보여주겠다”고 했다.

최민우·안효성 기자 minw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