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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벤처' 키우던 이재웅, 카쉐어링 쏘카 대표로 나선 배경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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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포털 다음(DAUM)을 창업한 이재웅(50)씨가 카쉐어링(차량공유) 업계 1위인 ‘쏘카’의 대표이사로 경영 전면에 나섰다. 2007년 다음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뒤 11년 만이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소셜벤처 육성에 집중했던 그가 갑자기 경영자로 나선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웅 쏘카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

이재웅 쏘카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

그간 IT업계에선 ‘쏘카의 주인’을 사실상 이재웅 대표로 봤다. 다음 출신인 김지만 쏘카 창업자(현 제쿠먼인베스트먼트 대표)가 2011년 제주도에서 차량 공유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 초기 사업 비용을 댄 사람이 이 대표다. 당시 이 대표는 소셜벤처 인큐베이팅 업체인 에스오피오오엔지(SOPOONG)를 하고 있었다.

쏘카는 창업자인 김지만 대표가 나간 이후, 이재웅 이사회 의장과 가까운 다음 출신이 대표를 맡았다. 지난해 2월엔 국내외 마케팅 경험이 많은 전문가(조정열 전 갤러리현대 대표)를 영입하기도 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창업자가 이사회와 의견 차이로 떠났다는 소문이 많았다”며 “이후 여러 대표들이 거쳤지만 사실상 이사회 의장인 이재웅 대표가 쏘카 경영을 직간접적으로 챙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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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이 대표가 직접 키를 잡은 데는 이런 혼란을 다잡고 본격적으로 쏘카를 기술 기반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특히 3일 쏘카에 600억원을 투자한 국내 사모펀드 IMM 프라이빗에쿼티가 이재웅 대표의 경영 복귀를 바랐을 가능성이 높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재웅 대표가 쏘카를 챙기는 것은 이사회 의장 자리로도 충분하다”며 “CEO에 앉은 이유는 빠른 사업 속도와 성과를 바라는 투자자의 요구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쏘카 관계자는 “투자 유치를 비롯해 이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의사 결정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 이재웅 이사회 의장이 대표를 겸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600억원을 수혈한 쏘카는 앞서 2014년 베인캐피탈로부터 180억원을, 2015년 SK그룹과 베인캐피탈로부터 650억원을 투자 받았다. 기존 주주들도 이재웅 대표가 전면에 나서주길 요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쏘카는 2012년 첫 서비스 출시후 대기업들과 경쟁에서 이기고 국내 카쉐어링 시장 1위로 올라섰다. 현재 전국에 8900여 대의 쏘카 차량을 운영하며 주요 도시에 쏘카 차량을 주차하는 쏘카존 3300여 곳을 두고 있다. 사용자들이 모바일 앱을 통해 쏘카존에 있는 차량을 최소 30분부터 10분 단위로 예약해 이용할 수 있다. 현재는 휴양지 뿐 아니라 도시에서도 차량을 소유하지 않고 승용차를 탈 수 있는 공유경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매출도 2015년 448억원에서 2016년 907억, 2017년 1240억(추정치)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쏘카의 빠른 성장세를 지켜본 SK그룹은 자체 카쉐어링 사업을 접고 쏘카 지분을 확보했다.

하지만 쏘카는 덩치는 키웠지만 창업 7년차인 현재도 '30분 단위로 빌릴 수 있는 렌터카'라는 초창기 사업 모델을 유지하는 데 그쳤다. 여객 운수사업 분야의 규제 장벽이 높은 영향도 있지만 쏘카가 나서서 새로운 서비스나 파괴적인 모델을 시도하지 못헀다. 그러는 사이 쏘카 창업자가 새로 창업한 카풀(승차공유) 앱 풀러스와 카카오택시 등이 모빌리티 분야의 주요 이슈를 주도했다. 이번에 이 대표의 선임을 계기로 쏘카는 기술 투자릍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쏘카는 3일 “자율주행ㆍ빅데이터에 대한 투자로 기술 기반의 모빌리티 회사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쏘카 외에도 국내 주요 공유경제ㆍ소셜벤처‘ 스타트업들의 투자자로 알려져 있다. 2015년 성동구 성수동에 소셜벤처 코워킹스페이스인 카우앤독을 오픈했다. 서울 강남의 역삼ㆍ선릉 지역에 기존 스타트업들이 밀집한 데 비해 현재 성수동에는 카우앤독을 중심으로 많은 소셜벤처들이 모였다. 이중에는 이재웅 대표와 관련 있는 기업들이 상당수다. SOPOONG을 비롯해 이재웅 대표가 2016년 자본금 200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임팩트벤처캐피탈 옐로우독, 벤처자선 기업 C프로그램 등이 입주해 있다. C프로그램은 이재웅 대표를 비롯해 2014년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회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이해진 네이버 대표 등 벤처 1세대 5인방이 기금을 모아 만든 회사다. 이재웅 대표는 대학로 샘터 사옥을 사들여 미디어ㆍ교육 스타트업 공간으로 운영하는 부동산임팩트투자사 ’공공그라운드‘에도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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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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