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그의 매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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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준결승 3국> ●안국현 8단 ○탕웨이싱 9단 

3보(34~49)=바둑 대회가 펼쳐지는 대국장은 '독서실'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선수들이 바둑에 최대한 집중할 수 있도록 주변 소음이 통제된다. 선수들도 상대가 수읽기에 몰두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행동거지를 조심하는 게 보통이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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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탕웨이싱 9단은 바둑을 둘 때 주변을 의식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삼성화재배 32강에서도 부채로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바람에 심판에게 경고를 받았다. 준결승전에선 무언가가 잔뜩 들어있는 비닐봉지를 들고 대국장에 들어왔는데, 바둑을 두다 말고 비닐봉지에서 물수건을 꺼내서 '어푸어푸' 소리를 내며 얼굴을 벅벅 문질러 주변사람들의 시선을 찌푸리개 했다. 바둑은 초일류지만 대국 매너는 아직 미숙한 부분이 많다.

참고도1

참고도1

실전으로 돌아와, 백이 34로 불쑥 머리를 내밀었다. 이는 좌변 흑이 견고해지는 것을 미연에 방해하기 위한 견제 수단이다. 물론 여기선 '참고도1'처럼 백1로 흑 넉 점을 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두면, 좌변이 새카맣게 변하고 흑이 선수까지 잡아서 백이 불만이다. 전형적인 소탐대실의 사례다.

참고도2

참고도2

38로 곧장 우상귀 3·3에 들어가는 것은 '알파고'가 남긴 대표적인 흔적. 안국현 8단은 "보통 흑의 축이 좋을 때는 '참고도2' 정석을 선택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지금은 배석이 특수한 상황이라 실전대로 가는 게 더 낫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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