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시대 따라 변하는 게임 캐릭터 … 요즘 '이상형'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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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에선 닮은꼴 꽃미남이 강세

꽃미남 캐릭터의 활약은 휴대전화 같은 이동형 디지털 기기로 즐기는 모바일 게임에서 두드러진다. 모바일 게임은 이동 중 짧은 시간 동안 즐기는 속성상 시나리오의 재미보다도 캐릭터의 인기가 큰 영향을 발휘한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최신 게임 가운데는 '로맨스 소드'의 지크,'영웅서기'의 이안,'불멸의 용병'의 라시르가 꽃미남 트로이카로 꼽힌다. '로맨스소드'(게임빌)의 남자 주인공 지크는 갸름한 턱선과 동그란 눈, 약간 마른 듯한 몸매에 뽀얀 피부가 전형적인 꽃미남이다. 다른 조연급 캐릭터들은 모두 울퉁불퉁한 근육맨들로 그려져 지크의 곱상한 외모가 더욱 돋보이게 한다. 게임빌의 박상우 과장은 "모바일 게임은 온라인 게임보다 플레이가 쉬워서 여성 사용자가 상대적으로 많다"면서 "지크는 가수인 SS501의 김현중과 이미지가 비슷해 여성들의 호감이 높다"고 말했다.

'영웅서기'(엠포마)의 주인공 이안은 영화'왕의 남자'로 스타덤에 오른 이준기를 연상시키는 외모로 여성 사용자들에게 인기다. 대학생 김나라(19)씨는 "독특하게 뻗친 헤어스타일과 약간 올라간 듯한 눈매, 날카로운 인상이 이준기를 꼭 빼닮았다"면서 "이준기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모두 이 게임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불멸의 용병'(엔소니)의 주인공 라시르는 검은색 머리에 굳게 다문 입술, 차가워 보이는 눈매와 깔끔해 보이는 외모가 TV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주인공이었던 현빈과 비슷하다.

#전투력 강한 온라인 꽃미녀 인기

모바일 게임에 비해 온라인 게임은 한결 캐릭터가 다양하다. 각 캐릭터들의 마법.전투력과 이런 능력을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의 다양성이 캐릭터 선호를 결정한다. 과거 이런 게임의 여성캐릭터는 대개 구색용으로, 실제 게임을 해보면 남성 캐릭터만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제라'(넥슨)의 캐릭터 가운데 레인저는 이런 통념을 단번에 깬다. 복장도 가볍고 활동적인 데다, 멀리 떨어진 적을 단번에 저격하는 능력을 갖춰 웬만한 남성 캐릭터보다 전투력이 강하다. 얼굴은 귀엽고, 외모는 섹시하다. 제라를 그려낸 이슬기씨는 "게임 사용자 대부분이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연령대인 점을 감안해 이들의 취향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넥슨은 레인저가 인기를 얻으면서 아예 레인저를 전면에 내세운 지하철.버스 광고를 시작했다.

꽃미녀가 다양하게 등장하면서 그 매력도 세분화하고 있다. '썬'(웹젠)에 등장하는 엘리멘탈리스트는 섹시함 대신 우아함을 경쟁력으로 세운 여성 캐릭터다. 웹젠은 첫 번째 시험판을 사용해 본 게이머들이 엘리멘탈리스트에 높은 관심을 보이자 두 번째 시험판에는 강력한 마법기술을 하나 더 추가했다. 엘리멘탈리스트는 현재 이 게임에서 주인공인 드래곤 나이트를 제외하면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캐릭터다.

본격 출시를 앞두고 시험판 단계인 '샤이아'(소노브이)의 여성 캐릭터 에테인은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특징으로 내세웠다. 게임 속에서 이야기의 배경인 거대한 대륙을 만들어낸 여신이면서 자신이 만든 피조물에 죽임을 당하는 비극적 인물로 설정됐다. 소노브이의 김종완 대표는 "현실에서도 쉽게 범접하기 어려운 매력의 여성에게 남성들이 곧잘 빠져드는 데 착안했다"고 말했다. 사용자들이 단순한 분신을 넘어서 자신의 이상형을 게임 캐릭터에서 발견하는 경향이 계속되면서 게임업계의 꽃미남.꽃미녀 캐릭터 개발 경쟁도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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