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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금융권 규제 대폭 강화...김기식 금감원장에 ‘칼자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오는 7월부터 삼성ㆍ한화ㆍ롯데 등 비은행 금융회사를 가진 대기업에 대한 규제의 강도가 세진다.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의 분리)’를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로 추진되는 것이다.

규제의 타깃은 보험ㆍ증권ㆍ신용카드 등 제2금융권이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권한과 역할은 지금보다 더욱 커진다.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2일 취임했다. 김 원장이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2일 취임했다. 김 원장이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3일 ‘금융그룹의 감독에 관한 모범규준’ 초안을 마련해 3개월 동안 의견수렴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규제 대상은 은행이나 금융지주회사가 아니면서 자산 규모 5조원 이상인 대기업 금융 계열사들이다.

여기에는 생명보험 ‘빅3’로 불리는 삼성ㆍ한화ㆍ교보생명과 미래에셋(증권ㆍ보험), 현대차(카드ㆍ증권), DB(보험), 롯데(카드ㆍ보험) 등 7곳이 해당한다. 이들 7개 그룹의 금융 계열사는 약 97곳에 달한다.

재계 순위 5대 그룹 가운데 SK와 LG는 제외됐다. SK는 금융 계열사가 증권사 1곳뿐이고, LG는 사실상 금융 계열사가 없기 때문이다.

금융위가 마련한 모범규준 초안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제23조 ‘권한의 위탁’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금융위는 상당한 권한을 금융감독원에 넘겨주게 된다. 통상적으로 있는 일이긴 하지만, 신임 금감원장의 취임과 관련해서 예사롭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그룹’이란 이름으로 규제 대상이 되면 계열사 간 거래에 대해 금감원의 까다로운 평가와 감독을 받아야 한다. 고객의 돈으로 계열사에 돈을 빌려줬다가 함께 부실화될 위험이 얼마나 되는지가 중점 관리 대상이다.

금감원은 그룹별로 중심이 되는 금융회사 1곳을 ‘대표회사’로 지정한다. 학교로 치면 대표회사는 ‘반장’, 금감원은 ‘교사’인 셈이다. 예컨대 삼성그룹에선 삼성생명이, 한화그룹에선 한화생명이 대표회사로 지정될 전망이다.

삼성생명

삼성생명

대표회사는 그룹 내 금융 계열사들의 전반적인 위험관리 체계를 세우고, 이것이 잘 지켜지는지 점검한 뒤 금감원에 보고해야 한다. 회사의 경영이나 지배구조에 대해 외부에 공개해야 하는 범위도 대폭 넓어진다.

금감원은 불성실한 보고나 공시에 대해선 정정이나 재보고를 요구할 수 있다. 금감원은 정기적으로 금융그룹의 경영 건전성을 평가한다. 학교로 치면 정기적으로 ‘시험’을 보는 셈이다.

만일 금융그룹이 금감원의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이때는 금융위가 나선다. 우선 1단계로 금융그룹에 경영개선계획을 내라고 요구한다.

그래도 안 되면 하나의 업종만 선택하고, 나머지 업종은 포기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예컨대 보험ㆍ증권ㆍ카드 등 3가지 업종을 하고 있다면 보험만 남기고 나머지 증권ㆍ카드는 계열에서 분리하거나 매각을 강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정도로 강력한 권한은 법령에 확실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현재는 애매한 점이 많다. 그래서 금융위는 ‘금융그룹 통합감독법안’을 마련해 올해 안에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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