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난데없이 '정시 확대' 요구한 교육부 "학생들 의견 전달한 것"

중앙일보

입력

대학별로 고 2 대상의 입시전형계획을 이달 중 확정하는 가운데 교육부가 급작스럽게 정시모집 확대를 대학들에 요구하면서 입시정책 기조가 급변한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2007년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된 이후 10년 이상 대학 전형에서 수시모집 비중이 커지고 정시 비중은 감소해 왔다. 하지만 교육부가 정시모집 축소를 문제삼은 적은 없었다. 특히 교육부가 공식적 절차로 정시 확대를 요구한 것이 아니라 일부 대학에 전화를 걸어 정시 확대 의견을 전달했다는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 이화여대에서 2018학년도 수시모집 논술고사를 치른 수험생들이 시험을 끝내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서울 이화여대에서 2018학년도 수시모집 논술고사를 치른 수험생들이 시험을 끝내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는 정시 확대를 대학들에 급작스럽게 요구한 것에 대해 비판 여론이 일자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급히 언론 브리핑을 열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박춘란 차관은 지난달 29~30일 경희대·중앙대·이화여대 등 3개 대학에 전화를 걸어 정시 확대를 요청했다. 앞서 박 차관은 서울대·고려대 총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같은 요구를 했다. 이진석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은 “대입에서 정시 비중이 너무 축소됐다는 학생·학부모 의견을 대학에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서 정시 비중이 낮은 3개 대학에 전화한 것”이라며 “앞서 고려대와 서울대는 차관이 총장과 면담하면서 이런 내용을 전달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가 정시 확대를 요구한 시점이 너무 갑작스럽다는 지적이 많다. 각 대학이 4월까지 현재 고교 2학년이 치를 2020학년도 대입 계획을 확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실장은 "2020학년도에도 수시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 계획 확정 전에 의견을 전달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해 급박하게 전달했다. 또 4월부터 국가교육회의에서 중장기 대입제도 개편안을 논의하는데, 그 이전에 단기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 [중앙포토]

박춘란 교육부 차관 [중앙포토]

이토록 급박한 제도 개선을 왜 공문이나 공식적인 절차로 추진하지 않고 차관이 일부 대학에 전화하는 식으로 추진했을까. 송근현 교육부 대입정책과장은 "처음에는 고교교육기여대학 사업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했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급박하게 유선으로 대학에 전달했다"고 답했다. 교육부 사업으로 추진하는 것보다 차관의 전화 통화가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인 셈이다.

공식적인 절차를 밟지 않은 것에 대해 이진석 실장은 "행정적으로 처리하려면 구체성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교육부가 정시를 확대하라고 하면 입시의 틀을 바꾸는 문제"라며 "수시와 정시 비중 조정은 국가교육회의에서 논의할 내용"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공식적인 정책으로 추진할 만큼 구체적인 목표 수치가 없다는 의미다. 이 실장은 바람직한 정시 비율을 묻는 질문에 "대학이 결정해야 할 문제"라면서 "각 대학 계획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당장 비율이 엄청나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만 말했다.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정시 확대 카드를 급박하게 내놓은 것에 대해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목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날 이진석 실장은 "대입과 관련해 청와대와 교감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입 담당하는 책임자로서 추진한 것일 뿐 청와대와의 사전 교감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관련기사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