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제, 폐지해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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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투자기관의 이사장제는 폐지되어야한다.
도입당시부터 명분과 효과면에서 논란이 되었던 정부투자기관의 이사장제는 지난 4년 동안 실시한 결과 더 이상 존속할 당위성이나 필요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릴때가 되었다.
6공화국들어 국민들이 공감을 하고 잘하는 일로 이해하는 것중의 하나는 시대에 걸맞지 않은 각종 제도정비나 불합리의 시정노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유명무실하고 부용논이 팽배한 정부투자기관의 이사장제만은 정부가 고집을 세우고있는데 이해할 수가 없다.
기회있을 때마다 정부투자기관 이사장제의 존폐문제가 거론되어왔다가 이번에 또 시비거리로 등장했다.
나웅배 부총리가 최근 정부투자기관 이사장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이사장제도는 나름대로 존속시킬 이유가 있으며 제도를 보완해서 활성화시키겠다』고 밝히자 야당은 당장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정부투자기관의 이사강제는 도입취지가 정부투자기관의 인사, 예산권은 사장에게 주고, 주요사업의 의결권은 이사회에 주어 책임경영체제의 확립과 운영활성화에 있었다.
일반회사의 이사회와는 다른 성격의 이사회를 구성, 그 좌장으로 이사장을 두어 투자기관에 대한정부 간섭을 차단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84년 도입이후 이사장제는 어떠했는가. 대부분의 이사장이라는 자리에 주로 전직 장·차관 아니면 예비역 장성을 임명하여 위인설관 인사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고 실제로 이사장들이 업무에 기여한 것은 별로 없었다. 25개 정부투자기관의 이사장직은 극소수를 빼고는 전문성을 살려 경륜과 지혜를 사기위한 것보다는 유명인사를 위한 자리로 전락했다.
해당기관 내부로부터 옥상옥으로 불필요하여 폐지해야 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고 실제 이사장에 앉은 장본인들도 마치 가시방석에 앉은듯 불편해하고 면구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럴 수밖에 없다.
대우에 비해 업무에 기여한 실적이 없으니 체면이 안서는 것이다. 이사장에는 대체로 여비서가 있는 큼직한 사무실과 함께 고급승용차가 주어지며 현재 판공비, 실비명목으로 매월 2백여만원씩이 지급된다. 사무실은 「사무실」정도로 운영되는 곳이 많으며 심지어 몇개월만에 한번꼴로 사무실에 얼굴을 내미는 이사장도 있다고 한다. 예외적으로 성실하게 본분을 다하는 이사장도 없는 것은 아니나 인적, 물적낭비가 아닐 수 없다.
딱한 처지에 있는 전직 고관대작들을 생각해줄 만큼 정부투자기관들이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사장제를 계속 존속시키겠다니 이해가 안간다. 정부투자기관일수록 경영의 합리화가 절실하고 비능률과 비효율의 요인을 과감히 제거해야 마땅한데 그 반대인 것이 이사장제라고 본다.
따라서 그 동안의 운영성과를 면밀히 분석하여 결론을 내려야한다. 『좋은게 좋은것 아니냐』는 식으로 어물어물 하기엔 국민부담의 낭비가 너무 많다. 또한 정부의 소신과 직결되는 문제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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