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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진영의 차기 유망주 안 보인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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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7호 02면

[SPECIAL REPORT] 보수의 몰락 │ 정계·학계·현장 정치전문가 8인

“보수를 대표할 가능성이 있는 인물이 있는가.” 중앙SUNDAY가 정계·학계·현장의 정치전문가 8인에게 던진 질문이다. 누구도 선뜻 답변하지 못했다. 대부분 “떠오르지 않는다”고 했다. 현재 보수의 위기가 얼마나 뿌리 깊은지 드러내는 사례다. 전문가들은 보수가 국민 다수가 아닌 지지층의 목소리만 듣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제 이념을 넘어서 생활 중심의 새로운 보수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남북·경제 문제 대안은 무엇인가
상향식 민주 리더십부터 갖춰야

이원종 김영삼 정부 정무수석

이원종 김영삼 정부 정무수석

이원종 김영삼 정부 정무수석 
정치가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 내려면 선거를 통해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적어도 보수 재기의 기반은 만들어져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보수 정치인들이 작은 기득권에 매여 자기 영달만 생각하고 있다. 지금 지켜야 할 보수의 가치가 뭔지를 고민하는 사람이 없다. 남북 문제, 경제 문제에 대한 한국당의 대안은 무엇인가. 보수의 기본은 국민이 중심이 되는 정치다. 그러려면 당부터 민주화돼야 한다. 상향식 민주적 리더십이 갖춰져야 민심이 반영될 수 있다. 대구·경북(TK) 쪽에서 과거와 같은 지지를 줘서 기반을 만들어줄 것인가. 아마 이번 선거에서 한국당은 제대로 심판을 받을 것이다.

태극기 집회서 박수받을 소리만
노블레스 오블리주 가치 지킬 때

유인태 노무현 정부 정무수석

유인태 노무현 정부 정무수석

유인태 노무현 정부 정무수석 
지금은 태극기 집회에서 박수받을 소리만 하고 있다. 중용의 도가 아쉽다. 사실 보수정당이야말로 우리 전통의 아름다운 가치를 지켜야 한다. 더불어 사는 세상을 향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우당, 경주의 최 부자 등의 가치 말이다. 지금으로선 보수정당에서 새로운 리더십으로 볼 만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사람을 끌어다니는 리더십이 약하다지만 그 세력이 커지길 기대한다. 그러려면 선거제도부터 바뀌어야 할 것이다. 20, 30년 전만 해도 정치 지도자가 되려면 종합적인 리더십이 있어야 했다. 요새는 대중성을 띠는 사람과 리더십 사이에 상당히 괴리가 있다. ‘100m 거인’이다.

냉전보수 … 시장보수로 길 연 경험
이젠 복지·노동 생활정치로 가야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2007~2008년 한국 보수의 전성기를 열었던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구속되고 조사받는 것을 보면서 한 세대의 보수가 끝나는 느낌이 든다. 당시 MB 당선을 계기로 냉전보수에서 시장보수로의 길이 열렸다. 2008년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은 노령층이 아닌 청년과 중장년층을, 계층적으로는 중산층을, 지역적으로는 영남이 아닌 서울·경기를 흡수할 수 있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러나 현재 보수정당은 맨 오른쪽에 있는 20~25%의 보수층으로 다음 총선까지 버텨 보려고 하고 있다. 현재 복지나 노동 이슈 같은 생활정치 영역에서 반대 목소리와 대안을 내야 한다. 시장 친화적 개인 인권을 아우르며 중간을 흡수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철 지난 반공보수 패러다임 그만
정치적 제스처 아닌 인적 청산 필요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
한국 사회에서 청년들이 결혼하지 않고, 출산율은 최저로 떨어지고 노인 자살률은 세계 최고가 됐다. 한국이란 사회구성체가 더는 재생산이 불가능한 단계에 이르렀다는 통계적 지표다. 그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이전 보수 체제고 촛불 시위는 거기에 대한 시민들 목소리의 분출이다. 과거 한국 보수의 두 축이었던 시장보수와 반공보수 패러다임은 시효가 다했다. 그런데도 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세력들은 철 지난 타령을 되풀이하고 있다. 두 가지가 있어야 한다. 자신들의 잘못과 오류에 대한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석고대죄가 있어야 한다. 진정한 잘못이라고 절감한다면 정치적 제스처가 아니라 인적 청산이 뒤따를 것이다.

풍찬노숙해서라도 진정성 보여야
바른미래당과 연합할 공간 만들길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
한국은 민주주의가 더 강화되면서 자유가 늘어나고 법치주의가 정착되는 선순환적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한국 보수가 트럼프처럼 포퓰리즘·고립주의·보호주의·신권위주의적으로 가선 국민이 찬성하지 않는다. 한국당은 그러나 아직도 제대로 잘못했다고 한 적이 없다. 울산까지 가서 경찰과 말싸움하고 그래선 국민이 무슨 표를 주겠나. 2004년 천막당사를 차리고 국민을 만났던 것처럼 풍찬노숙해서라도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또 지방선거 이후 총선·대선 국면에서 바른미래당과 합당이나 연합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필요가 있다. 그러지 않으면 경쟁력을 회복하기 힘들 수 있다.

당장 보수의 구원자는 없지만
현 정부에 맞설 대안 제시해야

김지연 전 칸타퍼블릭 부사장

김지연 전 칸타퍼블릭 부사장

김지연 전 칸타퍼블릭 부사장
지금 보수·중도·진보의 이념지형이 변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단지 보수가 보수라고 말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을 뿐이다. 당장 보수의 구원자는 없다. 프랑스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에마뉘엘 마크롱도 기존 정당에서 출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성남시장도 몇 년 전만 해도 아무도 대선주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국회의원보다 자치단체장의 영향력이 더욱 큰 시대다. 길게 보고 이번 지방선거부터 유능한 인재를 전략공천해 키워야 한다. 보수는 ‘문재인 정부 방향은 대체로 좋은데 제대로 관리할 수 있나’라는 국민의 불안감에 꾸준히 응답해야 한다. 나라 빚 문제가 좋은 예다. 이런 방식이 젊은 세대에게 먹힐 수 있다.

지방선거 후 보수재편 기대감
50대 지지 회복 위한 혁신 시급

박시영 윈지코리아컨설팅 부대표

박시영 윈지코리아컨설팅 부대표

박시영 윈지코리아컨설팅 부대표
6월 지방선거 이후 2020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헤쳐 모여 하고 여기에 외부 제3세력이 합류하는 방식의 보수 재편이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책임 있는 역할을 했던 인사들의 퇴장이 이뤄지면 더욱 탄력이 붙을 것이다. 과거 보수세력엔 그런 전통이 있었다.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 그룹과 같이 내부 쇄신을 주도하면서 개혁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이 공간으로 외부인사가 진입하는 방식의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져야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50대의 지지 회복이 시급하다. 경제 마인드와 합리적인 안보 대안을 제시하는 세력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2007년 진보의 몰락보다 심각
합리적 경제통 새 인물 영입해야

이상일 입소스코리아 본부장

이상일 입소스코리아 본부장

이상일 입소스코리아 본부장
보수층이 스스로를 보수라고 말하지 못할 만큼 창피해하는 상황이다. 2007년 17대 대선에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530만 표 차이로 진 후 진보의 몰락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당장 새 보수 리더는 없다. 일차적으로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2008년 총선 당시 민주당처럼 확실하게 깨진 후 그동안 국민에게 실망을 줬던 인물을 퇴장시키고 온건하고 합리적인 목소리를 내는 사람 중심으로 리더십을 바꾸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아스팔트 보수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 2020년 총선을 목표로 현 정부 경제정책을 비판하면서 합리적 대안을 제시할 전문가 등 새 인물을 대거 영입해 20대와 50대를 지지층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차세현·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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