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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폭설도 우리 소행이냐" 러시아 '분노의 패러디'

중앙일보

입력

영국에서 발생한 러시아 출신 전직 스파이 독살 기도 사건이 서방과 러시아 간의 ‘외교관 맞추방’으로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가 또 다른 반격 창구를 마련했다. 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다. CNN은 29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서방의 공격에 맞서 프로파간다용 조롱과 풍자를 (온라인상에) 쏟아내고 있다”고 전했다.

외무부·대사관 공식 계정에 '영국 저격 풍자' #CNN "프로파간다 성공해도 외교 역풍 우려"

지난 13일 러시아 외무부는 트위터 공식 계정에 영국 폭설 관련 동영상을 올리고 “영국에 눈이 내린 것도 러시아 소행이 유력”이라고 썼다. 해시태그 #HighlyLikelyRussia를 덧붙였다.

지난 13일 러시아 외무부가 트위터 공식 계정에 올린 영국 폭설 관련 동영상 트윗. ’영국에 눈이 내린 것도 러시아 소행이 유력“이라고 덧붙여 영국이 스파이 스캔들 배후로 러시아 정부를 지목하면서 ’유력하다(highly likely)“한 것을 비꼬았다. [트위터 캡처]

지난 13일 러시아 외무부가 트위터 공식 계정에 올린 영국 폭설 관련 동영상 트윗. ’영국에 눈이 내린 것도 러시아 소행이 유력“이라고 덧붙여 영국이 스파이 스캔들 배후로 러시아 정부를 지목하면서 ’유력하다(highly likely)“한 것을 비꼬았다. [트위터 캡처]

앞서 지난 12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러시아 스파이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 정부를 지목하면서 “유력하다(highly likely)”고 말한 것을 패러디한 것이다. 러시아로선 사건 개입을 부인하면서 영국이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것을 비꼬았다.

영국 주재 러시아 대사관도 공식 계정을 통해 연일 영국을 조롱하고 있다. 지난 14일 영국이 러시아 외교관 23명 추방 방침을 발표하자 얼음에 꽂힌 온도계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그러면서 “영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영하 23도로 떨어졌다. 하지만 우리는 추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썼다.

지난 14일 영국이 러시아 외교관 23명 추방 방침을 발표하자 런던 주재 러시아 대사관이 트위터 공식 계정에 올린 사진. 얼음에 꽂힌 온도계와 함께 ’영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영하 23도로 떨어졌다. 하지만 우리는 추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썼다. [트위터 캡처]

지난 14일 영국이 러시아 외교관 23명 추방 방침을 발표하자 런던 주재 러시아 대사관이 트위터 공식 계정에 올린 사진. 얼음에 꽂힌 온도계와 함께 ’영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영하 23도로 떨어졌다. 하지만 우리는 추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썼다. [트위터 캡처]

대사관은 앞서 스파이 스캔들이 본격화했을 땐 영화 007 시리즈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 사진을 올리면서 “러시아의 다이얼 007이 본드를 ‘러시아 스파이’로 만드는가?”라고 쓰기도 했다. 러시아의 해외전화 국가번호는 ‘7’이다.

하지만 이같은 전략은 역풍을 부를 수 있다고 CNN은 경고했다. 메이 총리는 외교관 추방 결정을 발표하면서 러시아 측이 개입설을 부인하는 태도가 “이러한 사건들에 대한 노골적인 무시”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비록 일시적으로는 러시아가 소셜미디어에서 여론을 선동하며 화제몰이를 할 수 있을지라도 외교적으로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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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러시아의 이런 태도는 적어도 자국 내에선 프로파간다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6일 일간지 모스크바타임스가 보도한 현지 국영여론조사에 따르면 암살 시도 사건의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영국 조사결과가 타당하다고 믿는 러시아인은 응답자의 5%에도 미치지 못했다. 응답자의 81%는 영국 측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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