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해도 별 효험 없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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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는 환자의 회복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또 기도의 힘을 과학적으로 측정할 수 있을까.

최근 미국에서 이런 의문에 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교회 신자들이 수술 받은 심장병 환자를 위해 기도했으나 환자의 회복에는 효과가 없었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1일 보도했다.

미국 보스턴 인근의 마인드.보디 의학연구소의 허버트 벤슨 박사가 주도한 이 연구 결과는 이번 주 '미국 심장 저널'에 실릴 예정이다. 벤슨 박사는 평소 임상에서 기도와 명상의 힘을 강조해온 사람이다. 그는 심장 바이패스 수술을 받은 6개 병원의 환자 1802명을 대상으로 다른 사람의 기도를 받는 환자와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나눴다. 그는 또 기도를 받는 환자들의 경우 자신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환자와 그렇지 않은 쪽으로 나눠 관찰했다. 그리고 3개 교회 신자들에게 환자의 이름을 주고 쾌유를 비는 기도를 하도록 했다. 연구에는 총 24억원이 들었다.

수술 후 경과는 기도와 아무 상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남이 자신을 위해 기도한다는 사실을 아는 환자들에겐 후유증이 더 많이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내 건강이 그 정도로 안 좋은가'라는 불안이 오히려 나쁜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기도의 효험을 밝히기 위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약 10년 전부터다. 지난 6년 동안 10건의 연구 결과가 발표됐는데 '효력이 있다'와 '없다'가 섞여 있다.

기도의 효험을 지지하는 학자들은 "현대 과학이 밝혀내지 못했을 뿐 기도에는 고통을 줄일 수 있는 메커니즘이 작용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른 학자들은 "이는 과학의 영역을 넘어선 초자연적인 힘의 개입을 전제로 한 것이며, 결국은 돈만 낭비할 뿐"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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