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외와 살인·방화등 폭력물 일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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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6월들어 KBS·MBC 두TV의 주말 외화들이 대부분 전쟁영화 아니면 첩보·서부활극따위의 폭력물로 일관하고 있다.
전쟁영화의 집중방영은 6·25가 낀 6월의 특징에 기인한 것으로 4일『아르텐느 대격전』(K-2TV), 5일『운명의 정찰기』(K-1TV), 18일『정글특공대』 (M-TV), 19일 『묵시록의 외인부대』(K-2TV)등 4편.
이밖에 11일 『아마추어첩보작전』(K-2TV), 12일『O·K복장의 결투』, 18일 『방랑자 장고』등의 첩보물이나 서부영화들이 만만치않게 안방극장을 침투해 들어왔다.
문제는 이들 영화들이 살인·방화등이 난무하는 폭력물이면서 동시에 미국우월주의를 배면에 깔고 있다는 것.
18일 방영된 『정글특공대』의 경우 방송사의 선전에 따르면 필리핀의 정글지대를 무대로 게릴라소탕작전에 참여하는 특공대원들의 맹활약을 담은 전쟁영화라는데 이 작품은 필리핀의 실제상황과는 아무런 연관도 없이 필리핀 신인군부을 불량배집단으로 묘사하는등 전체적인 시각이 미국의 정책이나 가치관을 반영하고 있었다.
또 19일에 나간 『묵시록의 외인부대』는 2차대전을 배경으로 「람보」와같은 미국특공대와 유격대가 독일군을 섬멸하는 내용으로「미국의 힘은 위대하다」라는 것이 그 결론. 5일에 방영된『운명의 정찰기』는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을 배치하면서 생긴 미·소강대국간의 긴장상태를 그린 영화이나 당시의 냉전체제에 대해 미국 또한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량한 미국」이 악의 제국인 소련과 쿠바등에 의해 위협을 당하고 있다는 인상을 일방적으로 영상화한 경우였다.
이와함께 『아마추어첩보작전』이나 M-TV의 일요시리즈 외화인 『맥가이버』의 경우 신출귀몰한 미국의 첩보원이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공산권의 음모를 분쇄하고 전체주의국가에서 학대받는 사람들을 미국만이 구출할수있다는, 다분히 비현실적인 얘기를 마음대로 국내 시청자들에게 주입시키고 있기까지 하다.
K-2TV의 월요시리즈외화 『A특공대』는 심지어 베트남에 억류된 미군포로를 초인적 특공대가구출하기 위해 베트남에 잠입, 한바탕 소란을 피운다는 내용도 방영한 적이 있는데 이는 베트남전의 참패를 영화를 통해 위안받으려는 미국인의 심리를 노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국내 시청자들이 이런 작품을 봐야하는가 하는 의문까지 갖게 한다.
이러한 TV외화의 폭력물 일색에 대해 많은 시청자들이 『다양한 외화를 TV를 통해 즐기려는 시청자들의 욕구와 기호를 방송사가 자의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영방송인 국내TV가 광고수익예상에 앞서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하겠다. <박해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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