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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연천 한탄강 현무암 대규모 훼손…트래킹 코스, 뭐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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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킹 코스 조성으로 훼손된 경기도 연천군 한탄강 주상절리와 현무암 지대. 전익진 기자

트래킹 코스 조성으로 훼손된 경기도 연천군 한탄강 주상절리와 현무암 지대. 전익진 기자

지난 26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 신답리 한탄강. 한탄강댐 하류인 이곳엔 수직 형태를 띤 현무암 절벽인 ‘주상절리’가 강변에 웅장한 모습으로 서 있다. 55만년~12만년 전 용암 분출로 형성된 화산지형으로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현무암 협곡으로 이뤄진 곳이다.

트래킹 코스 조성으로 훼손된 경기도 연천군 한탄강 주상절리와 현무암 지대. 전익진 기자

트래킹 코스 조성으로 훼손된 경기도 연천군 한탄강 주상절리와 현무암 지대. 전익진 기자

트래킹 코스 조성으로 훼손된 경기도 연천군 한탄강 주상절리와 현무암 지대를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가 가리키고 있다. 전익진 기자

트래킹 코스 조성으로 훼손된 경기도 연천군 한탄강 주상절리와 현무암 지대를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가 가리키고 있다. 전익진 기자

하지만 한탄강 서쪽 편 일부 구간과 강바닥은 흉물스럽게 파헤쳐져 주상절리와 현무암 지대가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이곳에서 깎여 나온 현무암 돌무더기는 최근 조성된 트래킹 코스의 조경석으로 강가에 쭉 늘어서 있다. 벽면에는 작은 구멍이 숭숭 뚫린 거무스름한 색깔의 현무암 바윗덩어리가 옹벽으로 설치돼 있다.

연천군 전곡읍 신답리 일대 약 2㎞ 구간 #주상절리 일부와 현무암 마구 파헤쳐져 #트래킹 코스 조경석과 옹벽 등에 사용돼 #연천 주민 “세계적 현무암 지질 훼손” #연천군 “사업비 절감, 바닥돌 채취 사용” #연천군, 인근 차탄천에서도 현무암 훼손 #차집관로 공사 과정에서 현무암 파헤쳐 #환경단체, 차탄천 우회 등 대책 필요하다 #연천군, 우회 공사하면 환경훼손 더 심해

한탄강 바닥 한 곳의 현무암 암석 지대도 파헤쳐져 있고, 돌무더기가 주변에 흩어져 있다. 공사 트럭이 다녔던 트래킹 코스도 현무암 암석 부스러기 등 잡석으로 하천 바닥보다 1∼3m가량 둑처럼 쌓아 올려 비포장길을 만들어 놓았다. 이 같은 현무암 훼손 현장은 2㎞가량 이어졌다.

트래킹 코스 조성으로 훼손된 경기도 연천군 한탄강 주상절리와 현무암 지대를 연천주민 최기택씨가 가리키고 있다. 전익진 기자

트래킹 코스 조성으로 훼손된 경기도 연천군 한탄강 주상절리와 현무암 지대를 연천주민 최기택씨가 가리키고 있다. 전익진 기자

한탄강 트래킹 코스. [사진 연천군]

한탄강 트래킹 코스. [사진 연천군]

이곳은 연천군이 지난해 2월부터 지난달 28일까지 연천읍 고문리∼전곡읍 신답리∼청산면 궁평리 9.55㎞ 구간에 조성한 ‘한탄강댐 주변 트래킹 코스’의 일부 구간이다. 연천군은 24억여 원을 들여 한탄강댐 주변의 환경정화를 겸해 댐 주변 지역에 기반·편의시설을 조성해 방문객들이 쉽고 안전하게 강변을 찾을 수 있도록 트래킹 코스를 조성했다.

이와 관련,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는 “이는 연천군의 세계적인 자연유산인 주상절리와 현무암을 파괴하는 행위에 지자체가 앞장선 꼴”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날 연천군 관계자 및 지역 주민들과 함께 현장조사를 벌인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는 “2년 전 환경부로부터 한탄강 일대를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받은 데 이어 2020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까지 추진 중인 연천군이 트래킹 코스 조성을 하면서 한탄강의 주상절리와 현무암을 파괴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트래킹 코스 조성으로 훼손된 경기도 연천군 한탄강 주상절리와 현무암 지대. 전익진 기자

트래킹 코스 조성으로 훼손된 경기도 연천군 한탄강 주상절리와 현무암 지대. 전익진 기자

주민 최기택씨는 “제주도 외에는 연천 한탄강 일대에만 집중적으로 분포된 천혜의 자연문화유산인 주상절리 등 소중한 현무암 지질은 자연상태 그대로 보존되어야 마땅한 일인데, 훼손된 현장을 보니 안타깝기 짝이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남권희 고문·신답리 발전협의회장은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된 한탄강에 지자체가 트래킹 코스 조성을 명분으로 덤프트럭이 다닐 정도의 큰 길을 만들어 현무암 주상절리 경관의 자연을 회복불능 상태로 파괴한 것”고 말했다. 그는 “공사전 주민 70여 명이 서명을 해 집단으로 이같은 문제점을 연천군에 제기했지만 공사가 강행된 것은 안하무인 행정의 표상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역 주민들은 “제주도의 경우 현무암 등 화산 분출물의 반출까지 금지하고 있는 마당에 연천의 경우 지자체가 앞장서 현무암 지질을 훼손하고 있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연천군 관계자는 “당초 트래킹 코스 조경석으로 화강암을 사용할 계획이었지만, ‘한탄강의 암석인 현무암을 사용하는 게 좋아 보인다’는 주민 의견을 수렴해 현무암 조경석을 조성한 것”이라며 “현무암 조경석과 바위는 대부분 강바닥 등의 울퉁불퉁 튀어나온 현무암을 채취해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화강암 대신 한탄강 현무암을 사용하면서 공사비도 2억5000만원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덧붙였다.

연천군 관계자와 연천주민,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지난 26일 오후 한탄강 주상절리 및 현무암 훼손 현장을 답사하는 모습. [사진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연천군 관계자와 연천주민,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지난 26일 오후 한탄강 주상절리 및 현무암 훼손 현장을 답사하는 모습. [사진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하지만 현장 답사를 마친 연천 주민들은 “공사 이전 제대로 된 주민 의견 수렴이 부족해 이 같은 현상이 빚어졌고, 트래킹 코스 일부 구간에 조성된 강철 등으로 만든 대형 데크 구조물도 한탄강 절경인 주상절리 일대를 흉물스럽게 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앞서 포천시와 연천군은 ‘한탄·임진강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공동 추진했다. 2015년 12월 환경부 국가지질공원위원회는 한탄강과 임진강 일대(767㎢)의 현무암 협곡과 주상절리 등 화산활동과 관련된 지질학적 특징을 가진 명소 20곳을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했다. 연천군 지역은 군남면 왕림리 차탄천 주상절리를 비롯해 연천읍 고문리 재인폭포 등 9곳이 인증을 받았다.

의양동환경운동연합ㆍ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회원과 연천군민 등이 지난해 12월14일 연천군 군남면 차탄천을 방문해 차집관로 공사로 인한 주상절리 훼손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사진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의양동환경운동연합ㆍ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회원과 연천군민 등이 지난해 12월14일 연천군 군남면 차탄천을 방문해 차집관로 공사로 인한 주상절리 훼손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사진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한편 연천군은 한탄강 지천인 인근 차탄천에서도 현무암 주상절리를 훼손해 물의 빚고 있다. (중앙일보 2017년 12월 15일자 23면)

연천군은 내년 6월 완공 예정으로 지난 2016년 6월부터 전곡읍∼연천읍 6.64㎞ 구간 차탄천변 일대에서 굴착방식으로 차집관로를 교체하고 있다. 군은 이 과정에서 차탄천변 서쪽 편 일부 구간의 주상절리를 파헤쳐 주상절리가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수심 20∼30㎝의 차탄천 현무암 바닥도 곳곳이 파헤쳐지고 현무암 바윗덩어리로 1m가량 높이의 공사용 차량 진입도로가 만들어져 있다.

차집관로 공사로 훼손된 경기도 연천군 한탄강 지류 차탄천 주상절리 주변 모습. [사진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차집관로 공사로 훼손된 경기도 연천군 한탄강 지류 차탄천 주상절리 주변 모습. [사진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경기도 연천군 한탄강 지류 차탄천의 주상절리가 차집관로 공사로 훼손되고 있다. [사진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경기도 연천군 한탄강 지류 차탄천의 주상절리가 차집관로 공사로 훼손되고 있다. [사진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연천군 관계자는 “차탄천을 우회해 공사하면 환경 훼손이 더 심하기에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보고 공기를 1년 앞당겨 오는 6월 공사를 마칠 예정”이라며 “하천에서 나온 돌 등으로 임시 조성한 공사용 진입도로도 공사 완료 후 철거하고, 돌은 반출하지 않고 되메우기에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천=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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