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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출신 미국 소아과 의사가 대구 찾아 5000달러 기부 왜?

중앙일보

입력

하버드대 미국 의사 대구 찾아 5000달러 기부  

미국 소아과 의사 데이먼이 남편과 활짝 웃고 있다. [사진 대구시]

미국 소아과 의사 데이먼이 남편과 활짝 웃고 있다. [사진 대구시]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출신의 40대 여성 의사가 대구시에 5000달러를 기부한다. 그것도 28일 오후 1시 대구시청을 직접 찾아 고마움을 표하며 기부금을 전달한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주인공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소아과 의사로 일하는 줄리아나 데이먼(46)이다. 그는 45년 전인 1973년 미국 매사추세츠에 사는 마조리 데이먼 부부에게 입양됐다. 그해 7월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서다.

그는 미국에서 살면서 늘 자신의 생모, 자신이 태어난 배경 등이 궁금했다. 이에 한국에 사는 지인에게 입양 당시 사진을 주며 과거를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지인은 데이먼이 입양 전 대구에서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곤 지난 1월 대구시에 도움을 구했다.

미국 소아과 의사 데이먼 입영 당시 사진. [사진 대구시]

미국 소아과 의사 데이먼 입영 당시 사진. [사진 대구시]

대구시는 그가 1972년 경북 칠곡군 칠곡면 아시리(현재 대구시 북구 읍내동 추정)에서 김순이(1944년생으로 추정)씨의 딸로 태어난 사실을 확인했다. 또 1973년 1월 생모와 함께 노숙인 복지시설인 대구시립희망원에 입소해 두달을 머물다가 그해 3월 양육이 불가능했던 생모의 곁을 떠난 행적을 찾았다. 데이먼은 이후 대구 백백합보육원으로 옮겨져 생활하다가 같은 해 7월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미국으로 입양됐다.

대구시는 생모의 생사도 확인했다. 데이먼이 입양된 1973년 그해 6월 지병으로 희망원에서 사망했다. 데이먼의 한국 이름도 찾았다. 입양 당시 이름은 이대숙, 대구시립희망원 입소 당시 이름은 김노미였다.

데이먼은 "미국 입양 전 한국에서의 시간은 평생 잃어버린 미스터리와도 같은 시간이었다"며 "대구시 등의 도움으로 영영 찾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잃어버린 시간의 흔적을 기적적으로 찾게 돼 기쁘다"고 전했다. 데이먼은 5000달러 기부금을 고향인 대구의 미혼모들에게 사용해달라고 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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