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일 정부, 한 · 일관계 아예 포기할 작정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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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일본 문부과학성이 내년도 고등학교 교과서를 검정하면서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 표기)가 일본 고유의 영토임을 명확히 표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종군위안부에 대해서도 '일본군에 의해 위안부가 된 여성'이란 표현을 '일본군의 위안부가 된 여성'으로 고쳐 일본군의 강제 연행 사실을 부인했다.

이번 사태는 일부 정치인의 망언이나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제정 등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일개 정치인이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극우단체가 아니라 이젠 일본 정부가 대놓고 역사와 현실을 왜곡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정부의 대응도 달라야 한다. 독도문제만 해도 우리 정부는 '일개 지방정부가 떠드는 일이니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식이었기 때문이다.

일본이 이처럼 노골적으로 외교적 도발을 하는 것은 일본 국내 정치문제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 우파세력을 결집시켜 표를 얻겠다는 얄팍한 계산이 이런 외교적 무리수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고이즈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독도를 부각시키는 이유도 국내 정치의 연장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이제는 의도적으로 독도문제에 직접 앞장섰다는 점에서 간단히 넘길 일이 아니다. 정부는 일본이 이런 식으로 나간다면 한.일관계의 회복은 점점 더 어렵다는 점을 엄중히 경고해야 한다. 일본 정부도 분명히 알아야 할 일이 있다. 독도는 한국 땅으로 우리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으며, 일본이 주변국과 이런 식의 관계를 갖는다면 영원히 국제사회의 지도국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