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새마을 사관학교' 출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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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교는 중국에서 가장 잘사는 농촌마을로 알려진 장쑤(江蘇)성 장인(江陰)시 화시(華西)촌에 문을 열었다. 1961년부터 지금까지 45년간 촌장을 맡아 이곳을 부자마을로 만들어 낸 우런바오(吳仁寶.78)가 학교를 이끈다.

베이징(北京) 청년보를 비롯한 중국 언론들은 이 학교를 1924년 쑨원(孫文)이 지도자 양성을 위해 광저우(廣州) 부근에 세운 황푸(黃) 군관학교에 빗대 26일 첫 입교한 251명의 촌장에게 '황푸 1기'라는 별명을 붙여 주기도 했다.

헤이룽장(黑龍江).랴오닝(遼寧).후베이(湖北).허베이(河北)의 가난한 마을에서 온 이들은 이날 개강식에 참석한 뒤 27일부터 닷새 과정의 교육에 들어갔다. 화시촌은 제11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11.5) 기간인 올해부터 2010년까지 5년 동안 모두 5만 명의 촌장을 교육할 방침이다. 첫해인 올해는 장쑤성에서 9600명, 다른 지역에서 600명을 받을 예정이다. 숙식비는 화시촌이 부담한다. 1인당 숙식비를 500위안으로 잡을 경우 5만 명을 교육하려면 최소한 2500만 위안(약 32억원)이 필요하다. 교육 과정은 ▶화시촌의 농업.공업.관광업 참관 ▶우런바오 서기의 발전 전략 소개 ▶화시촌 간부와 촌민들의 보고 ▶촌장들의 분임토의 및 좌담회로 구성된다.

가난한 농촌마을이던 화시촌이 본격적으로 일어난 것은 64년부터다. 당시 30대였던 우 서기는 '15년 발전계획'을 발표했다. 먼저 '우리도 잘살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나태하고 무기력한 분위기를 쇄신했다. 이어 야금.방직.금속 등 다양한 업종의 중소 공장을 마을에 들여와 농업 일변도였던 소득원을 다양화했다.

무엇보다 그는 청렴했다. '마을에서 제일 많은 봉급을 받지도, 제일 좋은 집에 살지도 않겠다'는 약속을 평생 지켰다. 그는 정부로부터 '전국노동모범' '전국 10대 불우이웃돕기 장원' 등 숱한 상을 받기도 했다.

그 결과 화시촌 주민의 1인당 평균소득은 2004년 12만2600위안(약 1600만원)을 기록했다. 같은 해 전국 농민 1인당 평균 소득(2936위안)의 41.76배, 도시주민 1인당 평균 가처분 소득(9422 위안)의 13.01배다.

애초 2000여 명이었던 인구는 현재 3만 명을 넘었다. 마을 주민들은 강판.알루미늄.직포.양조.관광 등 8개 분야의 58개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마을의 생산물 매출은 300억 위안을 넘었고 가구당 저축액은 평균 100만 위안을 기록했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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